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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을 담은 말과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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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을 담은 말과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가 답

입력
2017.04.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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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가득한 것이 말로 나온다고 했다. 말은 곧 마음의 표현이다.

문제는 마음을 전달하기 힘들 때다. 외국인과 상대할 때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직접 대화할 때보다 소통에 어렵다. 통역이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마음 없이 말만 전하면 더더욱 그렇다. 번역에도 의역이 필요하듯이, 직역하듯 말만 전달하면 오해가 일기 십상이다.

“홍 선생이 통역을 좀 맡아줘.”

얼마 전 한국의 유명 뮤지컬 관계자에게 통역을 부탁 받은 일이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그분도 워낙 일정이 팍팍해서 내가 도와줄 상황이 못 되었다. 그 대신 내가 사전 조율을 맡기로 했다. 중국 측 인사를 만나 핵심적인 사항을 전달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때 그 분의 마지막 당부의 말은 이것이었다.

“내 마음을 잘 전해줘!”

그의 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말은 하나마나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일본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10년 전의 일이다. 일본극단 사계에서 한국 배우들이 ‘라이온 킹’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연출자를 비롯해 각 분야의 감독들과 배우들이 일본으로 건너왔다. 스케줄이 팍팍했다. 미국 작품을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준비했던 터라 조율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연습과 회의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도움을 고마워했다. 더불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멋진 무대를 만들어 보자는 열정도 그득했다. 일본 역시 한국에서 남녀노소 사랑을 받는 ‘라이온 킹’을 성공시켜 보자는 결의가 대단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통역을 맡은 사람이 한국인들이 연습이나 회의 때 힘들어서 별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나 일본과 의견이 다른 부분을 사적으로 일본 측에 전한 것이었다. 믿음과 소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로 돕고자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경계하면서 경쟁심이 지나치게 커져버렸다. 화해의 과정을 거쳐 공연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런 저런 일로 진을 빼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훌륭한 무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중국에서도 말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번은 중국 대표의 초대로 한중 뮤지컬 관계자가 만난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한국 기술이 꼭 필요했기에 중요한 미팅이었다. 대표가 한국 관계자가 중국으로 와서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통역이 ‘직역’을 해서 전했다.

“중국에 와서 그 일을 하세요.”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부탁하는 사람의 말투가 아니었다. 명령조로 들리기까지 했다. 내가 슬쩍 끼어들었다.

“중국 대표의 말은 ‘이 일은 당신만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와 줬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금세 한국 측의 표정이 환해졌다. 일이 잘 풀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말 자체보다 그 말 속에 담긴 마음을 전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노래도 말이다. 마음이 담긴 말에다 멜로디를 실은 것이 노래 아닌가. 가장 곡진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화법이 노래인 셈이다. 말만 주고받는 대화가 얼마나 속 빈 소통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지난 한국 뮤지컬 어워드의 원아시아 마켓 네트워크 컨퍼런스 토론에서 중국의 뮤지컬 감독인 리둔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중 관계가 불과 몇 달 전과도 다른데 이 파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진심은 통한다!”

리둔이 중국 뮤지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문화전문가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로 진심을 전달하는 작업이다. 관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를 얼마나 무수히 보아왔을까. 뮤지컬이 그렇다면 정치나 경제의 무대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음이 담긴 말이 소통의 핵심이다.

사족을 조금 달자면, 이달이 다 가기 전에 뮤지컬 한편 보기를 권한다. 리둔의 말마따나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대화로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리라 믿는다.

홍본영 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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