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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의 봄

입력
2017.04.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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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가결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8:0 만장일치였다. 탄핵이 인용 된 후 SNS에 ‘봄이 왔다’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이 정권에서의 봄은 세월호였고 메르스였다. 이 정권에서 문화계가 실감했던 봄은 무기력이었고 절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진짜 봄이다. 새봄이다. 봄은 희망을 말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어쨌든 희망이다.

탄핵이 선고되기 이틀 전, 저녁 9시쯤에 대구시국 집회를 기획하는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이번 토요일 18차 시국집회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획팀에서 이제까지 시국집회에 참여했던 아티스트 중 베스트였던 분들을 다시 모시려고 합니다. 혹시 참여 가능하시겠습니까?”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요, 영광입니다.”

정말이다. 영광이었다. 마지막 시국집회에 베스트 아티스트로 참가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근데 전화를 끊고 멤버들을 섭외하는 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멤버 가운데 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누군가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방해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 물론 그런 걱정을 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어서 “집회 기획팀에서 그런 부분들도 생각해서 준비해 주실 거야”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그랬다. 집회 기획팀을 믿는 수밖에 없다.

이번 시국집회는 추울 때 시작해서 봄에 끝났다. 어떤 일이든 겨울에 실외에서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서글프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무대가 꾸려지면 그때야 무대에 올라가 잠시 리허설 하고 몇 곡 연주하고 내려오는 연주자들도 그렇게 느끼는데, 가장 먼저와 가장 늦게 가야 되는 무대, 조명, 음향, 영상, 스텝 등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기획자, 연출자, 감독님, 스텝들의 고초는 정말 어마어마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 정권 탄생의 주역이 된 도시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집회 이외의 것들도 많이 신경 쓰고 조심해야 했을 것이다.

2017년 3월 11일 토요일 오후 6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상설무대에서 ‘시민 민주주의 축제’라는 제목으로 18차 시국집회가 열렸다. 마지막 축제의 집회였다. 이제껏 집회했던 날 중에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날이었다. 이제껏 늘 그랬듯이 약 3,000여명의 대구시민들이 함께 해주었다. 박수치고, 웃고, 울고, 환호하고, 이번엔 더 많이 웃어주셨다. 그리고 걱정하고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없었다. 평화로운 축제였다. 봄이었다. 정말 봄이 온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추워질 때 시작해서 봄이 되어 끝났다. 여러분이 새봄을, 희망을 가져왔다.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무대에 올라 공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새봄에 각자의 자리에서 재미있고 좋은 공연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으면 더 없이 영광일 것이다.

위대한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힘 월드뮤직앙상블 비아트리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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