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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ㆍ북핵 문제 美中 무력충돌 유발할 수 있어

입력
2017.04.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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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시진핑 강성 기조 탓 극한 대립 불가피”

대만 지위ㆍ북핵ㆍ무역갈등 잠재적 충돌 위험 요소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개최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국가개조를 선언한 두 지도자의 성향으로 인해 미중 간 충돌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앨리슨 교수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란 이론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이론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를 지배한 스파르타가 신흥 강대국 아테네의 급부상에 불안을 느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켰다는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분석에서 유래됐다. 신흥국의 급속한 성장이 기존 지배질서를 흔들어 양측이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 500년 동안 글로벌 패권국의 지위는 16번 뒤바뀌었는데 그 중 12건이 전쟁을 통해서였다. 한 세기 전 급속한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초강대국 영국의 아성에 도전한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 비근한 예다. 미중 관계도 1980년만 해도 세계 경제생산의 22%를 차지했던 미국의 비중은 16%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비중이 2%에서 18%로 크게 늘어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상태다.

앨리슨 교수는 “냉전시대 미소 관계 등 전쟁을 피한 4번의 사례는 도전자와 피도전자가 태도와 행동을 엄청나게 조절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다르다.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못지 않게 2012년 권력의 정점에 오른 시진핑 역시 ‘중국의 꿈’을 천명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상대방을 자국의 핵심 야망을 달성하는 데 최대 장애물로 인식한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사이의 극한 대립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 요소를 대만 지위 문제와 북한 핵, 무역갈등 등 크게 세가지로 꼽았다. 그는 최근 점증하는 미중 교역분쟁이 핵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미국이 일본에 무역 제재를 가하자 일본은 진주만 폭격으로 맞섰고, 결국 원폭 투하로 결말을 맺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트위터에 “우리는 더 이상 막대한 무역적자나 일자리 손실을 원치 않기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은 매우 어려운 만남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무역 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의 태도 변화 조짐은 양국의 충돌을 야기할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언급해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만 독립 문제를 건드렸다. 앨리슨 교수는 “그 동안 만난 중국 관리나 전문가들 모두 중국이 대만 문제로 손해를 봤을 때 전쟁을 선택한다는 데 어떤 이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핵보유를 향한 북한의 과도한 집착도 미중의 갈등 수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보복으로 이어져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거나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유발할 수 있지만 어떤 쪽이든 중국이 개입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느냐 아니냐 여부는 결국 트럼프, 시진핑 두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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