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높은 상승세로 주도권
진보층 표심 문재인 결집 효과
5자 구도에선 文이 많이 앞서
안희정ㆍ이재명 표 이동 수혜따라
5자구도 초반 승부 윤곽 나올 듯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각당 경선 막바지 다자 구도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상승세가 판을 이끌고 있지만, 본선에 진입한 뒤 현실화할 5자 구도에선 지지층 결집에 기반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재반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당 경선 이후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 이동까지 현실화될 경우, 초반 5자 구도는 치열한 혼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로선 안 전 대표가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 3일 공개된 리얼미터와 MBNㆍ매일경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모든 대선주자들이 포함된 다자 구도에서 전주 대비 6.1%포인트 오른 18.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문 후보는 0.5%포인트 상승한 34.9%에 머물렀고,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물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5자 구도에서는 문 후보 중심의 진보층 결집이 두드러진다. 문 후보는 같은 조사에서 5자 구도 시 43.0%로 다자 구도와 비교할 때 지지율이 8.1%포인트 높았다. 안 전 대표는 4%포인트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불확실성이 높은 다자 구도에선 흩어져 있는 중도층 표심이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각 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5자 구도에선 안 전 대표 상승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 표심이 문 후보 중심으로 결집되는 양상이 뚜렷해진다는 얘기다.
한겨레신문과 엠알씨케이의 최근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5자 구도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40.6%로 26.4%의 안 전 대표를 14.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3자 구도로 후보군을 더 좁혀도 양상은 비슷했다.
향후 지지율 변동은 민주당 경선 이후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 이동 방향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 성향 차이를 근거로, 문 후보와 안 전 대표에게 골고루 수혜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안 지사의 지지층은 지난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 민주당으로 유입된 합리적 중도ㆍ보수 세력 이른바 ‘뉴 민주당원’이 절반 가량이며, 이 시장 지지층은 과거 통합진보당 계열과 강성 진보층이 핵심이다. 성향만 놓고 봤을 때 안 지사 표는 안 전 대표 쪽으로, 이 시장의 표는 문 후보 쪽으로 유입될 공산이 큰 셈이다.
문 후보 캠프는 본격적인 지지율 경쟁에 대비, 여론전을 통한 세력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송영길 더문캠 총괄본부장은 이날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지지도는 보수언론이 홍보한 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평가절하하며 “문 후보는 적대적 언론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힘에 의해 만들어져 온 지지도라 (안 전 대표와)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 캠프도 중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르면 9일 중도 성향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모임인 ‘반딧불이’의 공식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종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성회 반딧불이 대표는 “3일 지역 임원들과 최종 회의를 갖고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안 전 대표 캠프에 3,000~4,000명 규모의 반딧불이가 합류한다면 국민대통합추진본부 형태로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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