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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 외면한 수치, 소수민족 표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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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 외면한 수치, 소수민족 표 잃어

입력
2017.04.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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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권익 보호와 연방제 약속

군부 눈치에 추진 못하고 있어

집권 1년 중간평가 합격점 불구

정부군-반군 교전지역은 모두 패배

지난 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 마을의 주민들이 보궐선거 참여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얀마=EPA 연합뉴스
지난 1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 마을의 주민들이 보궐선거 참여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얀마=EPA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지난 1일(현지시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상ㆍ하원 의석 과반을 휩쓸었다. 이번 선거가 집권 1년을 맞은 그에 대한 중간평가였다는 점에서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지만,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국경지역 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해 어려움도 예상된다.

3일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보궐선거 결과에 따르면 수치가 이끄는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2석(상원 3석, 하원 9석)이 걸린 연방 상ㆍ하원 의원 선거에서 8석(상원 3석, 하원 5석)을 차지했다.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에 맞서고 있는 수치 자문역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하지만 결과를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보한 8석 중 5석이 소수민족에 비판적인, 버마족이 주를 이루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의석이기 때문이다. 1년 전 여유 있게 승리했던 남부 몬주에서는 군부 지지를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에 하원의석을 뺏겼고, 샨주에서는 지역 정당인 샨민주주의민족동맹(SNLD)에게 하원의석 2개를 모두 내줬다. 서부 로힝야족들이 거주하는 라카인주에서도 지역 정당인 아라칸국민당(ANP)에게 패했다.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간 교전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전패(全敗)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수치 자문역이 소수민족 권익 보호와 연방제 도입 등을 주창한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후광을 업고 당선됐고, 지난해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 실현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소식통은 “소수민족들이 작년 선거에서 수치를 뽑으면 삶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지지를 보냈지만, 지난 1년간 오히려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며 “당시의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로힝야족에 대한 무차별 학살로 ‘인종대청소’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수치는 “미얀마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외면했다. .

실제로 함께 치러진 주ㆍ지방 의원 선거에서는 7석 중 1석을 얻는 데 그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샨족을 대표하는 SNLD가 4석을 얻었고, 군부(USDP)도 1석을 챙겼다. 전국민주주의당(ANDP)는 NLD가 2015년 확보했던 의석을 다시 빼앗기도 했다. 역시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은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몬주 정부는 최근 살윈강에 건립 중인 교량 완공식을 취소하고 명칭도 ‘아웅산 다리’에서 몬주를 뜻하는 현지어 ‘야만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 중심가에 건립된 아웅산 장군 동상 제막식이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아웅산 장군이 약속했던 연방제 도입과 민족간 평등 실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수치는 미얀마 재건을 위한 시간을 벌었지만, 군부가 군통수권 등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로이터에 따르면 로힝야족 무슬림 반군 지도자는 지난달 30일 소수민족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백만명이 사망하더라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민족 문제 해결이 수치의 최대 정치적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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