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프로야구가 개막 3연전에서 저조한 흥행 성적표를 올렸다. 지난달 31일부터 4월2일까지 전국 5개 구장에서 펼쳐진 15경기에 총 19만4,941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롯데 이대호(35)의 친정 복귀, KIA 최형우(34)의 대구 방문,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 김성근 감독의 한화 맞대결 등 어느 해보다 풍성한 얘깃거리가 가득했지만 매진은 1만1,000석 규모의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롯데전 단 두 차례에 그쳤다. 잠실과 고척스카이돔(넥센-LG),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삼성-KIA), 인천 SK행복드림구장(SK-kt)은 단 한 차례도 관중석을 꽉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개막 3연전에서는 총 18만6432명을 기록했다. 매진 사례는 6경기에서 이뤘다. 전체적인 관중 수는 올해가 8,509명 늘었지만 평균 관중 수로 계산하면 감소했다. 올 시즌은 15경기가 모두 열린 반면 지난 시즌에는 비 때문에 3경기가 취소됐다. 올해 평균 관중 수는 1만2,996명으로 지난 시즌 1만5,536명보다 2,540명 줄었다.
시작에 불과할 뿐이지만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프로야구의 위기감을 감지하고 있다. 봄비로 인한 궂은 날씨, 극심한 미세먼지, 불안정한 시국 등이 맞물렸지만 이것 만으로는 흥행 실패를 설명하기 힘들다.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는 팬들의 사랑 덕분에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선수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 야구로 팬들의 상처를 치유할 책임이 있지만 오히려 실망감만 더욱 안겼다.
대표팀은 지난달 안방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극심한 부진으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선수들의 태도 논란까지 일어 화를 더 키웠다. 더구나 개막을 앞두고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지난해 폐지된 ‘메리트(연봉 외 수당)’의 부활을 구단에 요구했다는 문제가 불거져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선수협은 기자회견을 열어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3일 이호준(NC) 선수협 회장이 메리트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선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호준 회장은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팬들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WBC 대회의 실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아직 싸늘한 팬심을 돌릴 시간은 남았다. 최고의 플레이와 정정당당한 승부, 사생활 관리, 팬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동으로 보답하면 된다. 또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프로야구 원년 슬로건을 가슴 속에 늘 새길 필요가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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