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 대구 연이어 방문한 두 후보
대구 찾은 劉, 시민 반응 엇갈려… 정운천 의원은 물세례 맞기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보수, 특히 대구ㆍ경북(TK) 적자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홍 후보는 3일 당 사무처 월례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TK에서는 내가 적자다. 좀 더 있으면 TK는 홍준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라며 바른정당을 향해 “큰집으로 돌아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홍 후보는 4일 대구를 다시 찾아 지역 선대위 발족식에 참여하는 등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바른정당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제스처도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월례회의 석상에서 사무처 직원들에게 “앞으로 바른정당을 절대 욕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에는 “(이 전 대통령도)바른정당과 당연히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후보는 또 전날 김무성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의 원인이 소멸됐으니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 후보에 앞서 이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유 후보는 ‘무자격자’, ‘방탄출마’라는 표현을 써 가며 홍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TK 적자’ 발언에 대해 “대구ㆍ경북 분들이 그렇게 부끄러운 아들을 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을 받아야 하는 무자격자”라며 “보수는 품격인데 자신의 판결을 앞두고 방탄 출마하는 후보를 대구, 경북은 결코 용납해선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의 공기를 마시고 자라며 평생 대구의 아들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며 “정치를 하며 늘 당당하고 떳떳한 보수의 적자라고 믿어왔다”고도 했다.
이날 대구를 찾은 유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환호와 비난으로 엇갈렸다. 서문시장에서 “유승민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 500여명의 함성 속에 기자회견 단상에 올랐지만 유 후보를 따라 다니며 “배신자”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동행한 정운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여성으로부터 바가지로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대구=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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