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새 직장 적응하다 사고
20대 기관사 아들 잃은 아버지
“세월호와 똑같은 일 벌어졌다”
“아빠 빨리 와, 아빠 빨리 와!”
남미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8명의 한국인 실종자를 낸 광석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의 1항사 박성백(39)씨의 23개월 된 딸이 휴대폰 동영상에서 아빠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사고 일주일 전쯤 아빠에게 보냈다는 이 영상에서 박씨의 딸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박씨의 아내는 “동영상을 SNS로 보냈는데 며칠 뒤 남편이 읽었다고 표시됐다”며 울먹였다.
박씨는 지난해 10월까지 한진해운에 다녔다. 회사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며 약 8개월간 휴직해야 했던 박씨는 퇴사 후 곧바로 지금의 폴라리스쉬핑으로 이직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내와 아이도 있으니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씨도 결정하고는 후회 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박씨 어머니는 “그 때 조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라며 “생수통 3~4병을 마셔도 입이 쩍쩍 갈라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씨는 얼마 전 딸에게 “아빠, 오십 밤만 자면 갈게”라고 했다. 아내도 딸에게 그렇게 전했다고 한다. 출항기간이 6개월 정도라 다음달이면 국내에 입항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아내 A씨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디찬 바다에서 자신을 찾아줄 거라 믿고 기다릴 남편을 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여기서 A씨는 “인사도, 사랑한다고도 못했다”며 “부디 관심을 갖고 작은 흔적을 찾기까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이직한 선원은 실종자 8명 중 절반 가량이다. 박성백 1항사를 포함해 윤동영 3항사, 전성웅 기관장, 이환영 1기사 등이다. 한진해운 파산의 고통에서 겨우 벗어나 새로운 직장에 어렵사리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비극을 맞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더욱 숙연하게 하고 있다.
실종자 가운데는 갓 대학을 졸업한 3급 기관사 문원준(25)씨도 있다. 문씨는 지난해 해사대를 졸업한 꿈 많은 젊은이였다. 평소 제복을 좋아했던 문씨는 한국해양대에 진학해 해양 조선업의 큰 인물이 되길 꿈꿨다. 특히 앞선 출항에서 이미 화물선을 1년간 탄 터라 경험과 실력도 탄탄했다.
문씨의 아버지는 “배를 타도 멀미도 안하고 잘 적응했고 꿈이 커 해양 조선업 분야의 제2의 장보고가 되길 꿈꿨다”고 말했다. 문씨는 평소 아버지에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문씨 아버지는 “세월호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공감하고 많이 슬퍼했다”며 “그런데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초대형 광석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0분쯤 남미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연락이 두절돼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인 2명이 구조,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이 진행 중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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