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유소연/사진=LPGA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팽팽한 긴장감이 돌던 연장 18번 홀(파5). 유소연(27ㆍ메디힐)이 퍼터를 들고 차분하게 약 1m 거리의 홀 앞에 섰다. 적막 속에 숨을 고르고 친 퍼팅이 홀 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유소연은 두 손을 치켜들며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렀고 그걸 훔쳐내는 표정에서는 오랜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감격의 기쁨이 교차했다.
현존 하는 여자 프로골퍼 중 꾸준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유소연이 마침내 우승 갈증을 풀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은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 오픈 이후 32개월만이다. 호수의 여왕이 된 그는 그 길었던 목마름을 어머니, 언니, 캐디와 함께 포피 폰드(18번 옆 호수)에 첨벙 뛰어드는 대회 우승자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시원하게 해소했다.
유소연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 쇼어 코스(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ㆍ약 30억1,000만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낚았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가 된 그는 이날 뜻밖의 벌타를 4개나 받은 렉시 톰슨(22ㆍ미국)과 동률을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유소연은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톰슨을 제쳤다.
2011년 US 여자 오픈에서도 연장 승리를 했던 유소연은 메이저 대회 두 번째이자 LPGA 통산 4승(2012년 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ㆍ2014년 8월 캐나다 여자 오픈)을 수확했다. 유소연을 앞세운 태극 낭자들은 올 시즌 LPGA 7개 대회에서 5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2012년 LPGA 신인왕 출신인 유소연은 결과적으로 대기만성형이다. 컷 통과 기록을 60경기로 늘릴 만큼 꾸준함이 돋보이지만 유난히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예고했다. 올해 2개 대회(혼다 LPGA 타일랜드ㆍ기아 클래식) 준우승 끝에 우승 상금 40만5,000달러(약 4억5,100만원)를 보탠 그는 상금 1위(79만2,166달러) 굳히기는 물론 시즌 초반 100만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세계 랭킹에서 부동의 에리야 쭈타누깐(22ㆍ태국)을 내리고 2위로 도약하는 한편 평균 타수(68.05타)와 CME 포인트(1,425점) 1위를 질주하는 등 기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선수들이 먼저 인정하는 실력파라는 점에서 전망을 더욱 밝힌다. 지난해 11월말 부산에서 열린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해외파 선수들은 팀 내 에이스를 묻는 질문에 두 번 고민도 않고 일제히 유소연을 지목할 정도였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대도약의 원동력은 아이언 샷이다. 그린 적중률이 무려 85.07%로 전체 선두였고 이 대회에서도 79.1%를 자랑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는 "티샷이 승부의 열쇠"라고 했는데 이날 드라이버 비거리가 자신의 시즌 평균(261.13야드ㆍ22위)을 훌쩍 넘는 272야드(249m)까지 나갔다.
유소연은 역전 우승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톰슨의 벌타에 대해선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굉장히 기쁘다. 그린에서 눈물을 보인 게 처음일 정도로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우승이다. 정상에 설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대를 모았던 박인비(29ㆍKB금융그룹)는 호주동포 골퍼 이민지(21ㆍ하나금융그룹), 수잔 페테르센(36ㆍ노르웨이)과 나란히 공동 3위(13언더파 275타)에 올랐다. 양희영(28ㆍPNS창호)은 9언더파로 쭈타누깐 등과 공동 8위,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과 전인지(23) 등은 5언더파 공동 14위로 첫 메이저 대회를 마쳤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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