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력확장으로 정세가 불안정해진 발칸의 주요국 세르비아의 새 대통령으로 알렉산다르 부치치(47) 현 총리가 확실시된다.
2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 직후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치치 총리는 58%를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치치 총리는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이날 당 본사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의 승리가 분명하다”며 “오늘은 세르비아가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치치 총리는 야권 분열로 모두 11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며 이변이 없는 한 1차 투표에서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포퓰리즘 성향의 세르비아 혁신당(SNS) 대표로 2014년 4월부터 총리를 맡고 있는 부치치 총리는 당선이 확정되면 임기 5년의 대통령직으로 옮겨가게 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세르비아는 대통령보다 총리의 실권이 크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으나 부치치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치치 총리는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수십만명이 사망하는 내전으로 몰고 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에서 정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내전이 끝난 뒤 이전의 극단적 국가주의자 성향에서 탈피, 유럽연합(EU) 가입을 밀어붙이는 등 친(親)서방 개혁주의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최근 발칸 반도에 부쩍 영향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직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전투기, 전투용 전차, 장갑차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러시아의 공식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부치치 총리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돼 실권자로 거듭나면 EU 가입 숙원과 친러시아 노선이라는 모순된 정책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치치 총리는 이날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세르비아 국민 대다수가 유럽의 길을 계속 걷는 한편 러시아,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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