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건설을 사실상 묵인하는 쪽으로 중동 정책 노선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동 정책의 핵심이자 수십년 간 유지해온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움직임이어서 중동은 물론 세계 정세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출연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정책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ㆍ팔 분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에 주목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음으로써 유엔에서 일어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특히 헤일리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규탄하도록 주도했던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헤일리 대사는 또 이스라엘 정부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권’으로 규정한 유엔 보고서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보고서를 철회했고, (보고서를 발표한) 유엔 사무차관도 사임했다”며 비판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암묵적 지지는 미국이 ‘2국가 해법’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은 지금까지 2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침범하는 불법 건축물로 규정돼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미국의 중동정책에 예고돼온 회오리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주 아랍연맹(AL) 의장국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주요 회원국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워싱턴DC 방문을 앞두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과 압둘라 국왕은 3일과 5일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문제를 포함한 중동평화협정 복원 이슈와 수니파 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 전쟁, 시리아 내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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