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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전주성’에서 서울 누르고 빚 갚은 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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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전주성’에서 서울 누르고 빚 갚은 전북 현대

입력
2017.04.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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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김진수가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프로축구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이색적인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전북 현대 김진수가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프로축구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이색적인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20년 여 전에 저기서 90분 내내 고함 지르고 그랬는데….”

2일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1부) 4라운드가 열린 전주종합경기장. 구단 창단(1994년) 초창기부터 강성 서포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프런트로 일하고 있는 김욱헌 마케팅팀 과장이 잠시 추억에 잠겼다.

전북은 홈 스타디움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 시즌 초반 7경기를 2002년까지 홈 구장으로 쓰던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소화해야 한다. 지난 5일 전남 드래곤즈와 개막전에 이어 이날이 올 시즌 두 번째 홈경기였다.

시설은 낡았지만 구단이 개막에 앞서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간이 화장실을 여러 개 설치했고 전광판도 달았다. 3억5,000만 원을 투입해 새로 깐 잔디가 미처 뿌리를 내리지 못해 개막전 때는 흙먼지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날은 합격점을 주기 충분했다. 적장인 황선홍(49) 서울 감독도 경기 전 “예전에는 조명시설이 없어 한 여름에도 여기서 낮에 경기하곤 했다”고 미소 지었다.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노후화돼서 그렇지 더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지어진 전국 대다수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전주월드컵경기장도 시 외곽에 있어 교통이 늘 난제였다. 반면 전주종합경기장은 고속터미널 바로 옆이고 전북대 인근이라 접근성이 훨씬 좋다. 손지훈 홈경기운영팀 과장은 “이곳 상권이 침체돼 있었는데 우리가 홈경기를 하면서 주말에는 밥이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축구 도시’답게 홈 경기장이 바뀌었어도 변함없이 많은 관중이 몰렸다. 개막전(2만935명)에 이어 이날 1만9,141명이 입장했다.

2일 전북 현대-FC서울 경기가 열린 전주종합경기장. 킥오프 2시간 전부터 간이매표소 앞에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2일 전북 현대-FC서울 경기가 열린 전주종합경기장. 킥오프 2시간 전부터 간이매표소 앞에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전북 선수들도 힘을 냈다.

전북의 앞 글자와 서울을 줄여 ‘전설매치’라 불린 경기였지만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북은 부상자가 많고 최근 수비 불안에 시달리던 서울은 새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헐거웠다. 하지만 전북 김진수(25)가 전반 39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홈 관중을 즐겁게 했다. 이로써 전북은 작년 11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에 0-1로 패해 우승을 놓친 빚을 갚았다. 전북은 올 시즌 3승1무로 이날 광주FC와 1-1로 비긴 선두 제주 유나이티드와 승점은 같지만 다 득점(제주 7골, 전북 5골)에서 뒤진 2위를 유지했다. 김진수는 수비수지만 벌써 프리킥으로 2골 째다. A매치에서 당한 마음고생도 털어냈다. 그는 지난 달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중국ㆍ시리아)에 오랜만에 부름 받았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김진수는 “몸 상태는 소속 팀이나 대표팀이나 똑같다. 대표팀이 부진한 건 감독님이 아닌 선수들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더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말했다.

전날인 1일에는 수원 삼성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3-1로 앞서다가 후반 25분과 39분 잇달아 실점해 3-3으로 비겼다. 수원은 작년에 앞서던 경기에서 후반 막판 늘 골을 허용해 애를 먹었다. 상대 팀들은 이를 ‘쎄오타임’(서정원 수원 감독의 선수시절 별명이 쎄오)이라 비꼬는데 올 시즌도 비슷한 패턴이다. 수원은 4경기 째 3무1패로 승리가 없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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