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신호 발생한 지 12시간여 만에 상황 보고”
“조난신호 인지했을 때부터 적극 대응했더라면”
/그림 1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을 태운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우루과이 인근 해역에서 침수신고 후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2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폴라리스쉬핑 부산지사에 마련된 비상대책본부에서 선사 측 사고현황 설명회에 참석한 실종 선원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남대서양에서 연락이 두절된 한국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의 수색 작업이 이틀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원 가족들이 선사와 정부의 늑장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스텔라 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부산지사가 2일 오후 1시 부산 중구 부산지사 7층 교육장에서 진행한 사고 브리핑에서 선원 가족들은 조난신호(EPIRB)가 발생한 지 12시간여 만에 사고 상황이 보고돼 수색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선원 가족들은 “선사가 조난 문자를 받고 10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양수산부와 해경에 보고를 했다”며 “정부도 늦게 움직였기 때문에 1일 출발했어야 할 브라질 당국의 공군 수송기 파견이 늦어져 2일 오전 11시쯤에 출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사의 사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해 조난신호가 발사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5분이었고, 20여분 뒤인 11시 52분쯤 선사는 사고 해역 인근의 마샬아일랜드호로부터 조난신호를 수신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사 측은 1일 오전 0시 45분까지 스텔라 데이지호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다 오전 1시 15분부터 구조 요청을 시작, 오전 11시 6분쯤 돼서야 해양수산부와 해경에 사고 보고서를 발송했다.
선원 가족들은 “대형 해상사고가 발생한 상황인데도 선사는 조난구조를 인지한 다음 날 오전 9시쯤 해경으로부터 조난상황 확인 전화를 받고서야 2시간 만에 부랴부랴 보고서를 만들어 오전 11시쯤 해수부와 해경에 보낸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선사가 12시간이나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원화 폴라리스쉬핑 안전관리실장은 “사고 선박과 교신하는 담당 감독이 조난신호 15분 전 안정적으로 운행한다는 교신한 상황이라 사고 초기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조난 신고를 받고 사고 선박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고 현지 해난구조센터(MRCC)에 구조 요청을 했으며,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구조 선박을 수배하는 등의 비상대응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원 가족들은 “조난신호는 배가 침몰하면 수면 아래 3m에서 자동으로 배에서 분리돼 발사된다”며 “선사가 조난신호를 인지했을 때부터 적극 대응했더라면 구조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원 가족들은 사고 선박 선령이 25년이나 된 배로 유조선이 화물선으로 바뀐 경위 등 구조변경과 선박 정기검증, 선사의 사고 대응 매뉴얼에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서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브라질에서 출발해 우루과이 인근 해역(브라질 1,500마일 지점)을 항해하던 스텔라 데이지호는 한국시각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0분쯤 한국 선사에 선박 침수 사실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배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고 현재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됐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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