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말해 다르고 저렇게 말해 다르다는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우리말의 어휘에는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더라도 자음이나 모음의 차이로 인해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있는 어휘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푸르다’라는 형용사에는 어감이 다른 다양한 ‘푸르다’ 계열의 형용사들이 있는데, ‘푸르다’를 강조한 ‘푸르르다’가 있고 ‘산뜻하지 않게 푸르다’는 뜻의 ‘푸르퉁퉁하다’, ‘곱지도 짙지도 않게 푸르다’는 뜻의 ‘푸르께하다’, ‘조금 푸르다’는 뜻의 ‘푸르스름하다’ 등의 말이 있다. ‘푸르다’에서 나온 ‘푸르스름하다’에도 역시 어감이 다른 형용사들이 많이 있는데, ‘약간 푸르스름하다’는 뜻의 ‘푸르레하다’에서부터 ‘엷게 푸르스름하다’는 뜻의 ‘푸르무레하다’, ‘고르지 않게 푸르스름하다’는 뜻의 ‘푸르뎅뎅하다’, ‘푸르죽죽하다’ 등의 형용사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어감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어휘들이 존재하므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각각의 상황과 어감에 맞는 어휘들을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기사문이나 판결문, 논문과 같은 글에서는 객관적이고 느낌이 없는 어휘들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시나 수필과 같은 문학적인 글에서는 작가의 느낌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어휘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전자에서는 ‘높다’ ‘낮다’ ‘크다’ ‘작다’ ‘얕다’ ‘깊다’ ‘멀다’ ‘두껍다’ ‘가득하다’ 등의 어휘들을 주로 사용하는 데 비해 후자에서는 ‘높다랗다’ ‘나지막하다’ ‘커다랗다’ ‘자그맣다’ ‘야트막하다’ ‘깊숙하다’ ‘멀찍하다’ ‘두툼하다’ ‘그득하다’ 등의 어휘들을 많이 사용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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