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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원상생굿, 희생자와 자연을 함께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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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원상생굿, 희생자와 자연을 함께 치유하다

입력
2017.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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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4월은 노란 유채꽃으로 대표되는 찬란한 봄의 절정이다. 왕벚꽃축제를 시작으로 유채꽃축제 등 각종 축제로 들판마다 상춘객들이 넘쳐난다. 다른 한편에서는 숙연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69년 전의 비극 4ㆍ3 추모분위기가 한 달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방폭포 위령굿
정방폭포 위령굿

당시 제주도민의 10%인 3만여 명이 희생당한 4.3을 빼고서는 제주와 제주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성산일출봉, 정방폭포, 함덕해수욕장 등 이름난 관광지마다 당시 학살터 아닌 곳이 없고, 집집마다 4.3 희생자가 한 두 사람은 존재한다. 제주인의 삶 속에 4.3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4.3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78년 소설 ‘순이삼촌’이 발표되며 그날의 아픔이 세상에 드러나는 듯 했으나 당시의 군사정권은 4.3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조금씩 그 진상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추모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추모제가 1990년에 열린 원동 위령굿이다. 4.3 당시에 사라진 마을인 애월읍 서부산업도로(평화로) 변 원동마을에서 심방(무당)이 굿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것이다. 제주에서 굿은 여타의 종교보다 주민들의 삶 속에 더 가까이 존재한다. 장례가 끝난 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도 ‘귀양풀이’라는 굿을 통해 이뤄진다.

같은 이유로 4.3 당시의 주민들이 희생된 학살터를 찾아 진행하는 위령제가 4.3해원상생굿‘이다. 2002년 구좌읍 다랑쉬마을에서 처음 시작한 4.3해원상생굿은 이후 북촌리와 곤을동, 표선백사장, 목시물굴, 빌레못굴, 정뜨르비행장, 성산포 터진목, 산지항, 정방폭포 등에서 열렸다.

노형마을 위령굿
노형마을 위령굿
다랑쉬굴 위령굿
다랑쉬굴 위령굿
표선백사장 위령굿
표선백사장 위령굿
목시물굴 위령제
목시물굴 위령제

예술가 집단인 제주민예총에서 주최하는 해원상생굿은 현재의 문화예술과 토속신앙인 굿이 어우러진 형태로 위령제를 진행한다. 제주도지정 문화재인 큰굿보존회 소속 심방들이 굿 제차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예술가들의 춤과 노래, 소리, 설치미술 등이 어우러져 죽은 자와 죽은 땅을 되살리는 의식이다.

해원상생굿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만을 위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극적 죽임을 당한 ‘학살의 터’를 찾아 인간의 영혼뿐만 아니라 상처 받은 장소, 즉 ‘죽임의 장소’였던 자연까지도 함께 치유하자는 상생의 굿이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됨을 의미한다.

2015년부터 4월 3일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최로 공식 추모제가 열리고 있지만 격식에 치중하다 보니 일반 유족들과는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또다시 국가에 의해 유족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초기 합동위령제의 민중성, 민중적 미의식은 탈각되고 관주도로 치르는 공식적인 기념식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비공식적, 문화예술적, 민중적 의례로서의 위령제를 지향하는 4.3해원상생굿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올해 4.3해원상생굿이 1일 천년의 세월 동안 제주의 중심지였던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열렸다. 관덕정 광장은 1947년 3월 1일 3만명의 인파가 모여 3.1절 기념대회를 마친 후 통일정부수립을 외치며 시가행진을 벌였던 곳으로 당시 경찰의 발포로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곳이다. 제주 4.3의 기점이 된 장소로 실제 4.3특별법에서는 4.3의 정의를 이날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덕정 해원상생굿은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제주인의 참모습을 알리는 기회였다. 4월 제주 여행길에선 찬란한 봄빛에 가려진 4.3의 아픔도 함께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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