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의회가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최소 1명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했다.
파라과이 상원의회는 3월 31일(현지시간) 오후 집권여당 콜로라도당을 중심으로 오라시오 카르테스 현 대통령의 연임을 허가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 수백명이 난입해 의회건물에 불을 지르고 건물의 유리창과 울타리를 부수는 등 격렬한 항의 집회를 벌였다. 무장경찰은 고무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이들을 강경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인 로드리고 킨타나(25)가 숨졌다. 킨타나의 시신을 조사한 의사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야당인 자유당은 강경 진압을 비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내무부는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며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경찰 4명을 구류했다. 카르테스 대통령은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과 경찰청장을 해임했다.
이번 시위는 1992년 민주화 이래 연임 금지를 규정한 파라과이 헌법을 콜로라도당이 개정하려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콜로라도당 의원을 주축으로 모인 상원의원 25명은 개헌에 반대한 로베르토 아체베도 상원의장을 배제하고 별도의 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하는 안을 비밀리에 통과시켰다. 이에 아체베도 의장은 파라과이 대법원에 개헌안 무효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파라과이는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전 대통령이 1954년부터 1989년까지 35년간 대통령을 총 8번이나 연임하며 철권 통치하다 쿠데타로 쫓겨난 후 유사한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헌법으로 규정했다. 야당과 시위대는 콜로라도당이 카르테스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고 보고 있다. 개헌안은 콜로라도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에서도 통과돼야 효력을 발휘하지만 하원은 일시적으로 개헌안 논의를 미룬 상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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