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다음날인 1일 친박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법원의 구속 결정을 성토했다. 반면 촛불집회에서는 구속 결정을 환영하며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4차 탄핵무효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만 여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속 무효” “탄핵 무효”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연단에 오른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동생들과 인연까지 끊어가며 부정부패 하지 않으려 노력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고, 사회자인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는 “법원의 구속 결정은 사법살인이자 제2의 10ㆍ26사태”라고 외쳤다. “탄핵이 인용되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법치를 되살리기 위해 스스로 순교자의 길로 걸어간 것”이라며 “구속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사실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신모(75)씨 또한 “애초에 탄핵 사유가 불충분했는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인민재판 아니냐”고 말했다.
주최 측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신당을 만들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김진태 의원이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패한 이유는 조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 창당에 힘을 모아 국회를 장악하자”고 제안했고, 도태우 변호사 또한 “애국신당의 풀뿌리 조직을 강화해 100만 당원을 갖춘 국민정당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김진태 의원은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라며 친박세력의 단합을 호소했고, 무소속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연단에 올라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4시30분쯤 명동과 숭례문, 중앙일보 사옥을 지나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행진 선두에 선 20대 청년 80여명은 ‘5ㆍ18 유공자 가산점이 청년 일자리 다 막았다’ ‘공부해도 소용없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탄핵무효” 구호를 외쳤다. 한 50대 여성은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에게 “5ㆍ18 유공자 가산점 때문에 공무원의 90%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지역주의 선동 발언을 이어나가 눈총을 사기도 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8시쯤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적폐청산’ 집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환영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대규모 촛불집회는 열리지 않았으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적폐청산특별위원회와 4ㆍ16연대, 사드저지국민행동이 공동개최한 집회에 1,200명 가까운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10초간 함성과 함께 수백개의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내며 촛불시민의 승리를 자축하고 적폐청산을 염원했다.
촛불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적폐를 청산하고 세월호 진상규명에 나서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단에 오른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박근혜 공범세력과 박근혜표 나쁜 정책을 청산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평화, 공공성이 꽃피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을 든 주부 박모(60)씨는 “법원의 구속 결정에 대다수 시민이 동의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구속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헀다. 집회 참가자들은 안국역과 종각역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한 후 오후 8시쯤 해산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26개 중대(1만8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이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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