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접안한 뒤 이틀째이자 첫 주말인 1일, 세월호를 직접 보고 추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온종일 이어졌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와 “다음 세대들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들과 가족단위 추모객의 방문이 계속됐다.
목포신항은 전국 각지에서 찾은 2,000명이 넘는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추모객들은 세월호가 있는 곳과 1.2㎞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긴 추모 행렬을 따라 정부 합동현장수습본부(북문) 인근 철책에 모여들었다. 항만 철책 사이로 보이는 세월호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철책에 바짝 기대거나, 까치발을 들기도 했다. 북문 앞 출입구 앞 철책 30m가량은 추모객들이 메시지를 적어 매단 리본으로 가득 차 바람에 물결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오늘 아침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정민혜(29)씨는 “세월호가 들어온 어제 오려고 했는데 회사 때문에 못 왔다”며 “주말인 오늘 바로 추모를 하기 위해서 목포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홀로 목포신항을 찾은 장연수(45)씨는 “당연히 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뭍으로 왔다고 끝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할 때”라며 세월호를 바라봤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부모들도 많았다. 양손에 아이들 손을 꼭 쥔 부모들부터 유모차를 끌고 오는 부모들까지, 그들의 눈은 세월호를 향했다. 초등학생 1학년, 5학년 자녀와 함께 울산에서 왔다는 전동규(42)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일 때 벌어진 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라며 “그때는 어려서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기 힘들던 아이들이 이제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먼 길을 달려왔다”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세월호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저 배가 어른들 욕심 때문에 침몰됐어. 그런데 나라에서 제대로 구조를 못해서 형, 누나들이 억울하게 죽었어. 까먹으면 안 돼. 알았지?” 목포 시민 강상진(34)씨는 5살 난 자녀를 안은 채 친절하게 설명했다. 자녀들은 “응. 알겠어요”라고 답했다.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온 김상준(35)씨도 “추모와 함께 교육 목적도 있다”며 “국가가 제 기능을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딸과 함께 온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55분쯤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장을 방문했다. 기자들에게는 방문 사실을 알렸지만,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수습자 가족 측은 “현장을 방문했으면 우리를 만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황 권한대행은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미수습자 9명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유가족들도 “현장을 방문한 황 권한대행에게 평화적으로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싶다”며 황 권한대행과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난 뒤 목포신항 정문과 북문이 아닌 다른 출구를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다행히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유가족들은 오후 1시 30분쯤부터 1시간 가량 세월호를 둘러보고 나왔다. 내일(2일)부터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하루 두 차례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참관할 수 있게 됐다. 4.16가족협의회 및 4.16연대 측은 이 외에도 해양수산부에 ▦선체조사에 유가족 참여 ▦미수습자 수색 최우선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목포=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