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이전하자면서 위안부 문제 공로자에 뒤늦은 훈장
정부가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에게 수교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혼다 전 의원의 공적 내용이 합당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소녀상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위안부 공론화 업적을 포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30일 외교부는 혼다 전 의원에게 수교 훈장 수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수교 훈장은 ‘국권의 신장과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외교부의 포상 추천서에 따르면 혼다 전 의원의 추전 사유는 “하원의원 재임기간(2001~2016년)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미 의회 내의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했으며 한미 관계 발전에도 기여한 공로가 인정된다”로 돼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혼다 전 의원은 미국 의회 친한파 모임인 ‘코리아코커스’의 일원이자 한미동맹의 강력한 지지자”라며 “북핵문제 등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에 있어 우리 정부 입장을 적극 지지해 온 공로가 있어 혼다 전 의원이 낙선한 지난해 말부터 포상을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계 미국인 혼다 전 의원은 미국연방의회의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1999년 캘리포니아주 의원이던 그는 미국 의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음으로 제출, 만장일치로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을 통과시켰다. 그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인 2007년 연방하원에서도 결의안이 채택됐다. 2015년 4월에는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위안부 범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초당적 연명 서한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중 한명인 그는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위해서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인으로서 수 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일본의 각성을 촉구해온 공로만으로도 수교 훈장의 자격 요건은 충분한 셈이다.
문제는 외교부가 훈장 수여를 추진하는 현 시점이 ‘소녀상 갈등’으로 주한 일본 대사가 장기 공백중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외교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 “소녀상 위치가 국제 예양과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직간접적으로 이전 의견을 피력해왔다. 국내에서 소녀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에 힘을 실었던 외교부가 뒤늦게 혼다 전 의원의 포상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일본대사는 “일본 대사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본국으로 소환된 시점에 임기를 한달 남겨둔 과도 정부가 나서서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포상을 추진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포상이 일본 대사의 귀환을 막는 또 하나의 이유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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