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향하며 “억울하다” 말 반복
민낯으로 신원 확인 사진 찍어
일반 독방보단 넓은 3.2평 방 배정
식사는 한끼 1400원 수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부터 좁은 구치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대통령 ‘박근혜’라는 이름 대신 미결수용자를 뜻하는 ‘수인번호 503번’으로 불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3시3분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1시간40여분 만인 오전 4시4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을 떠나면서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 절차는 다른 일반 수용자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은 형의집행및수용자의처우에관한 법률 규정대로 ‘신입자’로 분류, 교도관 앞에 섰다. 교도관은 이름과 나이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서명한 뒤 호송인에게 확인서를 써줬다. 박 전 대통령의 휴대폰과 머리핀 등을 수거하는 소지품 검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 10층 임시 유치시설에서 폼 클렌징으로 화장을 지우고 머리핀을 하나 둘씩 뽑았다. 그의 상징인 올림머리를 풀고, 맨 얼굴로 구치소행 차량에 탄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박 전 대통령은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고서 곧바로 목욕을 했다. 이 역시 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후 수인(수용자)번호 ‘503’이 왼쪽 가슴팍에 새겨진 연녹색 수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규정상 반드시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키 측정 자’ 옆에 선 채 이름표를 들고 카메라를 쳐다봤다. 일명 ‘머그샷(mug shot)’이라 불리는 수용기록부용 사진을 찍은 것이다. 키와 용모 흉터 등 신체 특징과 신원 확인 용도다. 정식 명칭은 ‘폴리스 포토그래프(Police Photograph)’로 머그는 얼굴을 가리키는 은어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지자 서울구치소에는 머그샷 공개를 요구하는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수용소 일과 안내와 규율, 접견ㆍ서신 등 수용자 권리에 관한 고지사항을 전달 받았다. 세면도구와 겹이불, 담요, 식기 등을 받아 들고서 감방으로 향했다. 그에겐 10.58㎡(3.2평) 독거실(독방)이 배정됐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약 11.5㎡ 면적의 독방에 수감된 걸 감안해, 박 전 대통령도 일반 독방(6.56㎡)보다 넓은 방을 쓰게 됐다. 접이식 매트리스,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과 전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밥은 한끼 1,400원 수준으로 국과 반찬 세 가지가 나온다. 영치금품 관리지침상 하루 최대 4만원까지 빵 과자 등 음식 구입이 허용된다.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도 살 수 있다. 신문 3종, 도서는 월 10권까지 읽을 수 있다. 운동은 하루 50분 남짓 할 수 있고, 수면시간은 오후 8시~다음날 오전 6시다.
변호사 접견은 시간과 횟수 제한이 없다.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해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과 전례를 고려해 검사가 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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