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죄수가 주인공인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는 2001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120%라는 신화를 쓴 작품이다. 2003년까지 연장과 앵콜 공연을 반복할 정도 인기를 모았다. 2001년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우수 희곡’에 선정됐고,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를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인류 최초의 키스’는 지금은 이름이 변경된 청송보호감호소(현 청송 제3교도소)에서 석방을 기다리는 20년 장기수 동팔과 강간범 학수, 조직폭력배 살인범 상백, 전문사기범 성만을 등장시킨다. 석방을 기원하는 네 사람은 판사 변호사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사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매번 졸렬한 이유로 이들의 석방을 기각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죄수들은 충격을 받아 미치거나 교도관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음의 희생자가 된다.
연극은 죄수들의 생활을 엿보며 사회보호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잔혹한 폭력과 더 나아가 인간이 가진 자유와 인권의 문제를 건드린다. 작품이 주는 묵직한 주제가 만만치 않다. 이를 유머와 풍자로 풀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초연 당시 학수 역의 오달수는 평단의 호평 속에 이름을 알렸다. 아내와 새 삶을 꾸리며 착하게 살겠다는 학수가 석방 기회가 무산되자 자신의 변을 먹는 장면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극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단편적으로는 폭소를 유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기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극작가 고연옥과 연출가이자 현 서울시극단장 김광보 콤비의 첫 합작품이다. 부산 지역 기자 출신인 고 작가는 2000년 첫 희곡 ‘인류 최초의 키스’을 완성하고 김 단장에게 연락해 연출을 부탁했다. 이듬해 연극을 무대에 올린 두 사람은 평단과 대중의 환호 속에 소위 ‘대박’을 쳤다. 그 뒤 이들은 ‘웃어라 무덤아’(2003), ‘발자국 안에서’(2007), ‘나는 형제다’(2015) 등 20여 작품을 함께하는 콤비로 17년지기가 됐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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