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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항변, 법원서도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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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항변, 법원서도 안 통해

입력
2017.03.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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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사유도 19字로 간단명료

최순실ㆍ이재용 구속으로

이미 朴 혐의 상당부분 입증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예상보다 빠르고 간단명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가 31일 동트고 나서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그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시간은 칠흑 같은 어둠이 한창이던 이날 새벽 3시쯤이었다.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해 온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이유 역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것, 딱 19개 글자로 충분했다.

당초 법원 주변에선 구속영장에 대한 최종 판단이 아무리 일러도 31일 오전 7~8시쯤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례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의 2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려 7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구속영장은 그로부터 11시간 37분이 지난 이튿날 새벽 5시37분에야 발부됐다. 그만큼 사건이 복잡하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3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는 역대 최장인 ‘8시간 40분’을 세우며 이 부회장 때보다도 늦은 오후 7시11분에야 종료됐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이 부회장과 동전의 양면 격인 데다, 전혀 별개인 13개 범죄 혐의가 더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장심사 결과도 이 부회장 때보다 훨씬 늦어질 것으로 보였다. 검찰이 낸 자료만 12만여쪽에 이르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영장심사가 끝난 지 약 8시간 만인 이날 새벽 3시3분,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신속한’ 판단이 사실상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 측이 433억원을 공여한 상대방은 오로지 최씨 쪽일 뿐,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직접적인 금품 수수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뇌물죄는 공무원 범죄이므로 민간인인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가 증명되지 않으면 문제의 433억원을 뇌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역시 동시 입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대 쟁점인 뇌물죄뿐 아니라 나머지 혐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초,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 공범으로 함께 구속했다. 두 사람이 직접 연락한 적이 없는데도, 공무원 범죄인 직권남용죄로 최씨가 구속됐다는 건 박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해 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부인과 “몰랐다”로 일관, “공범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높다”는 검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 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영장을 기각하면 다른 공범들의 구속과 충돌이 발생한다”며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보면 구속 이외에는 답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헌법재판소에 이어, 법원도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이라고 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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