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하정우씨의 ‘북한산 사랑’
등정 거리만 4만5000㎞ 달해
“체력 되면 5000회 꽉 채울 것”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백운대 등정 5,000회를 꼭 이루고 싶습니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836.5m)를 40년에 걸쳐 4,500회 오른 80대 산악인이 화제다. 지난 28일 4,500번째 백운대 정상을 밟은 하정우(85)씨는 “죽어서도 화장해 북한산에 유골이 뿌려져서 한 포기 풀이 되든 돌멩이가 되든 북한산에 남고 싶다”며 남다른 ‘북한산 사랑’을 내비쳤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그가 자주 오르던 노적사에서 노적봉 안부를 거쳐 백운대로 가는 코스를 등산객들이 하씨의 호를 따 ‘두산로’라고 이름 지을 정도다.
“북한산을 집중해서 등정한 것은 처음 산을 오르도록 동기를 부여한 산이 북한산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위 하나가 한 봉우리를 이루는 북한산 봉우리를 보면 존경하는 부모님을 뵙고 품 속에 안기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낍니다.” 1953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1년 산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 주말마다 쫓기듯이” 올랐고, 공직에서 물러난 후 산행에 더욱 집중했다. 백운대 4,500번 등정의 역사는 그가 산행일기를 쓰기 시작한 1976년부터의 기록이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하산한 경우는 뺐다. 4,500회 등정 거리를 따져보면 4만5,000㎞, 시간으로는 1만8,000시간이 된다. 750일간 계속 북한산을 걸은 셈이다. 백운대 외에도 백두ㆍ한라ㆍ지리ㆍ설악산 등 전국의 명산을 두루 올랐던 것을 따지면 하씨의 총 산행 기록은 5,100회를 넘는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북한산에 오를 때는 꼭 감사기도를 드린다는 하씨에게 등산은 이제 삶이자 신앙이다. “등산에서 횟수가 뭐 그리 중요하고 또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습니까. 한번을 오르더라도 진정으로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