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ㆍ보수로 외연확장 필요한 문재인
일각선 ‘적폐 청산’ 수정 목소리
안철수엔 지지율 상승 기회 될 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각 대선 주자 캠프들이 긴장하고 있다. 차기 집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사필 귀정”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층의 동정 심리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쪽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후보 확정을 굳히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이다.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문 전 대표로선 적폐 청산의 상징적 대상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 운동의 동력이 약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중도ㆍ보수층을 흡수하며 문 전 대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보수층의 동정 심리가 안 전 대표 쪽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적폐 청산’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지율 40% 권에 갇힌 문 전 대표가 본선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ㆍ보수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며 “본선전에서도 적폐 청산 기조를 이어가면 보수층이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찬성 등 ‘보수 통합’ 행보를 모이며 외연 확장 가능성을 열어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에 조마조마해하던 보수층은 이제 ‘샤이 보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신을 대표할 후보를 찾을 것”이라며 “보수 표심이 통합 메시지를 던지고, 안보에 강점을 보인 안 전 대표에 쏠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층의 동정 심리가 결집된 형태로 강하게 드러날 경우 두 후보의 입장이 거꾸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보수진영의 결집은 진보진영의 ‘맞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수 집결으로 중도층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문 전 대표에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애착을 가진 보수층이 이날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경남지사 쪽에 쏠리면 안 전 대표가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된다.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 구도를 형성해 ‘비문재인 연대’나 단일화 논의 없이 자연스럽게 중도ㆍ보수층을 흡수하려는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돼 이중처벌이라는 느낌을 받는 날”이라며 “국민들도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보수 표심을 보듬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심리를 보수층 결집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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