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에 전자 칩을 심어 컴퓨터만큼 기능을 고도화해야 인간이 인공지능(AI)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46)가 지난 27일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회사 ‘뉴럴링크’를 창업하며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뉴럴링크 설립을 통해 인간 뇌 질환 관련 연구를 시작으로 장차 ‘인간의 뇌에 미세한 전자 칩을 심어 정보와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 정상회담에 참석해 “인간이 똑똑한 AI에게 판단 결정권까지 뺏기며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도 AI만큼 높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뜻 듣기에 허무맹랑한 말처럼 들리지만 머스크가 지금껏 자신의 구상을 잇따라 현실로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태양광 패널 설치기업 솔라시티의 창업자이자 테슬라,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패널 사업을 통해 친환경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연구를 이끌면서 그 동안 스페이스X를 통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실현 중이다.
그는 지난 2월27일 “스페이스X가 내년에 관광객 2명을 달에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해 세상을 깜작 놀라게 했다. 정부가 아닌 사기업이 인류를 달에 보내는 건 스페이스X가 처음이었다. 그는 지난달 16일에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3’ 출시를 위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해 테슬라 사업을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았고, 지난해엔 테슬라모터스에 솔라시티를 합병해 테슬라로 사명을 바꾸면서 태양광 에너지 생산과 저장, 교통수단을 모두 개발하는 청정에너지 연구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세웠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머스크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그의 대답은 일견 단순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지옥처럼 일해야 한다.” 99번의 실패를 견뎌내기 위한 한번의 성공을 이뤄낼 때까지 최대한 일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가 한마디 덧붙인 말이 그의 모든 미래와 현재를 대변하고 있을지 모른다. “경영자의 조건은 하나다. 밝은 미래가 온다고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일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남아공 천재 소년의 ‘문샷 싱킹’
머스크는 1971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머스크의 어린 시절은 컴퓨터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였다. 머스크는 10살 때 아버지가 보태준 돈으로 첫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는 사람도 일종의 컴퓨터라고 여겼다. 학습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뇌에 다운로드 하는 프로세스라고 여겼는데,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수업은 “우스울 정도로 느린 다운로드 속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12살 때 ‘블래스터’라는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게임업체에 500달러에 팔았고, 학교생활 대신 집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나 공상과학 소설 같은 책들을 하루에 10시간씩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머스크는 당시에 대해 “어린 시절 컴퓨터와 공상과학 소설에 대한 열의는 이후 우주산업에 도전하게 끔 상상력의 바탕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머스크는 19세 때인 1991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 입학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지금의 머스크를 만든 요람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경영학과 물리학 학위를 취득했다. 물리학은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인공위성,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이해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버팀목이 됐다. 그는 대학 시절 인생목표도 정했다고 한다. ‘장차 인류에게 필요한 게 뭘까’라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끝에 얻은 답은 ‘소통을 위한 인터넷’과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지구의 피난처인 우주로 이주’ 등 세 가지였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한 얘기지만 머스크에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 사고를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결국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입학한지 이틀 만에 그만두고 24세 때인 1996년에 인터넷 지도 소프트웨어 회사 ‘집투(Zip2)’를 창업했다. 머스크는 IT 사업에 먼저 뛰어들게 된 이유에 “당시에 미국 사회에서 불고 있던 거대한 IT 물결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Paypa)’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의도치 않게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페이팔 이사회는 자신들과 반목하던 머스크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해임한 것이다. 이사회가 2002년 페이팔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였던 머스크의 손에 남은 건 1억6,500만 달러라는 거금뿐이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그는 그 돈을 드디어 ‘지구를 구하겠다’는 그의 문샷 싱킹에 아낌없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사고방식을 정면 돌파하라”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 2003년 테슬라, 2006년 솔라시티 설립까지 잇달아 새로운 사업 분야로 확장하며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갔다. 기업에는 머스크만의 철학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겼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창업하며 직원들에게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기존의 오래된 사고방식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머스크는 인류의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로켓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착안해 로켓 제작비용의 75%를 차지하는 1단계 로켓을 재활용하자는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설립 6년만인 2008년 9월 로켓 ‘팰컨 1’의 발사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당시 인터뷰에서 “로켓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우리는 2년은 빨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월 ‘팰컨 9’ 로켓을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해 1단 로켓의 무인 선박 착지에도 성공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1호 자동차인 ‘로드스터’를 개발하면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로드스터의 배터리에 기존에 쓰이던 대용량의 폴리머형 배터리가 아닌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착안한 것이다. 가격이 비싼 대용량 배터리 대신 범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전기차의 대중화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결국 머스크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2009년 4월 출시된 로드스터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불과 3.7초라는 경이적인 성능과 1회 충전에 394㎞를 주행하는 실용성이 시장에 인정받으며 대 성공을 거뒀다. 머스크는 이후 공전의 히트작인 ‘모델S’ 출시를 통해 테슬라 사업을 궤도에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가격이 3만5,000달러(약3,920만원)인 ‘모델3’ 출시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머스크는 솔라시티를 설립하며 태양광 패널의 무상설치와 20년 최장기 임대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 설치라는 높은 초기비용이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로 작용하자 아예 매월 지불되는 저렴한 전기료처럼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었다. 머스크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테드(TED)’ 프리젠테이션에서 솔라시티의 사업 아이디어와 관련해 “솔라시티는 거대한 전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부가 독점하는 전력 시스템에 대항하는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20년내 도래할 태양광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원동력, ‘시스템 싱킹’
머스크는 최근 열린 세계정부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직원 면접을 본다면 어떤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질 것이냐.” 머스크는 이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문제를 정말로 해결한 사람들은 해결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알지만 겉치레만 하는 사람들은 세세한 부분의 한 단계만 들어가도 막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머스크는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집요할 정도로 끈질길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다. 스페이스X 로켓발사가 세 번이나 실패했을 때, 미국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새롭게 출발한 자동차기업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테슬라의 창업을 비웃을 때, 언론에서 전기차 사업이 허무맹랑하다고 조소를 보냈을 때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이 머스크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에 대해 머스크의 가장 비범한 점이 바로 ‘시스템 싱킹(System Thingking)’이라고 지적했다. 시스템 싱킹이란 사물이 개별적으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은 알게 모르게 연결돼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 폭발하듯 새로운 현상 또는 혁신이 창조된다는 이론이다. 시스템 싱킹이 약하면 “가능성이 희박해” “애당초 무리야” 등으로 포기하게 되지만 머스크처럼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목표로 항공우주와 전기차, 태양광 에너지 등 사업분야를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이를 상호 연결시킬 수 있으면 ‘비범한 확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포춘은 “낙관주의자는 어떤 문제든 언젠가 해결방법이 발견된다는 것을 우직하게 믿는 사람”이라며 “시스템 싱킹을 하는 머스크가 진정한 낙관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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