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형 보수 전형
당당한 서민대통령 표방
‘일자리가 복지’ 소신
무상ㆍ노조에 큰 반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보수 정치인이다. 18일 출마 이후 공개한 정책 공약도 ‘자수성가형 보수’의 노선과 맥이 닿아 있다. 서민 위주 지원으로 격차를 줄이되 기업한테는 자유를 허용해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게 경제ㆍ복지 정책의 큰 틀이다. 외교 안보 정책에선 주변 강국에 맞서는 자존심을 지키며 국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친정’ 검찰부터 개혁… 국방은 공세적으로
대선이 50일 앞으로 임박할 때까지 변변한 공약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때쯤 홍 후보가 맨 처음 약속한 게 ‘친정’ 검찰의 개혁이었다. 홍 후보는 24일 첫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면 헌법을 바꿔 검찰이 독점한 영장 청구권을 경찰에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도 조정하기로 했다. 검경이 상호 견제해야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흉악범 대상 사형 집행도 공약했다. 갈수록 흉악범이 횡행하고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게 1997년 12월 이후 2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홍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국민 여론 70% 이상이 사형 집행을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 발표한 국방 공약은 ‘스트롱맨’으로서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천안함 폭침사건 7주기에 맞춰 그는 “방어에서 공세 위주로 국방 정책을 전환한다”며 해병특수전사령부를 설치, 군을 ‘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보육료 차등 지원하고 1급수로 식수 공급
경제ㆍ복지ㆍ노동 정책에는 ‘부자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홍 후보의 보수적 소신이 반영돼 있다. 그는 15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대담에서 부자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불법행위가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서민은 자립과 재기의 기회가 필요하다면서 “공산주의배급제인 보편복지 대신, 서민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선별복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29일 세 번째로 내놓은 공약의 골자도 보육료 차등 지원이었다. 현행 전면 무상보육 제도를 개편해, 소득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달리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상위 20%는 대상에서 빼고, 하위 20%에 기준액 2배를 몰아 주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가 집권하면 댐도 부쩍 많아질 전망이다. 그는 30일 ‘식수(食水)전용 댐’을 전국에 건설해 음용수를 1급수로 공급하고 생활용수는 값싸게 따로 공급하는 식수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댐을 지은 뒤 수량이 풍부해지고 가뭄ㆍ홍수가 없어졌다”고 칭찬했다. 그가 지향하는 ‘우파 신(新)정부’가 어떤 계보를 잇는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회 역시 개혁 대상이다. 2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홍 후보는 “상하 양원제를 검토하고 국회 개혁을 전제로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정무장관을 야당에 주는 방식으로 야당과 국정을 공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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