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국민 내시’ 김영민씨
구립극단 ‘해운대 개그학과’ 맡아
단원 전원 취업 성공 성과 거둬
8일부터 ‘해변라디오’ 도전
출연료 전액 기부해 예술가 지원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인 해운대 해수욕장. 바다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백사장 한 가운데에는 9.9㎡(3평) 남짓한 ‘오픈 스튜디오’가 설치돼 있다. 그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는 8일 ‘해변라디오’ 첫 생방송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인 개그맨 김영민(36)씨다. 김씨는 스튜디오 안을 꼼꼼히 살펴보며 관계자에게 “통으로 된 유리가 아니라서 단상을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첫 게스트로 치어리더 박기량씨를 섭외했고 자신이 단장으로 있던 ‘해운대 개그학과’ 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씨는 2005년 KBS 폭소클럽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빅리그 등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개그콘서트 한 코너에서 맡았던 내시 역할로 ‘국민 내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꾸준히 연예계 활동을 지속하던 김씨가 부산에 내려온 것은 뜻밖에도 아내 때문이다. 김씨는 “부산에 연고가 없어서 스스로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내는 관객이었다. 2015년 처음 소극장 관객으로 만나 아홉 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김씨는 “모든 관객이 소중했지만 아내는 유달리 빛났다”며 “때로는 날카롭고 예민한 나를 조용히 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많은 연봉을 받던 소극장 공연을 그만두고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가 기억난다”며 “만삭이던 아내가 ‘한 달에 200만원만 벌면 먹고 산다’고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2015년 소극장을 그만 둔 김씨는 ‘김영민 프로덕션’을 세우고 민간업체와 지자체의 문을 두드렸다. 수십여 차례의 사업공모에도 불구하고 답을 준 곳은 해운대구청이 유일했다. 김씨는 “마침 해운대구청도 적극적으로 개성 있는 콘텐츠 지원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운대문화일자리사업을 맡아 지난해 ‘해운대 개그학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해운대 개그학과 1기 단원 7명이 모두 문화예술계 방면으로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해운대 개그학과는 전국 최초 구립 코미디 극단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김씨는 방송이나 강연에서 자신을 ‘공무테이너’라고 소개한다. 공무원과 엔터테이너를 합친 자신만의 표현이다. 김씨는 “우스갯소리로 해운대구에 직함을 두고 4대 보험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반대로 많은 후배들이 최소한의 권리마저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극장을 나온 뒤부터 김씨의 목표는 한결 같았다.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해변라디오 출연료 전액을 기부해 거리예술가들의 해변라디오 출연료로 쓸 예정이다.
김씨는 “해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해운대 거리예술가들이 소통해야 하고 이를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방송으로 거리예술가들의 지자체에 대한 신뢰만 회복시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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