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 돕던 노애미 테라스
요양 중 그린 그림들 선보여
3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지로15번길 건강미술역사박물관 앞 광장. 형형색색 핀 꽃들 사이로 자녀의 손을 꼭 잡은 부부가 웃으며 거니는 모습 등이 담긴 100여 점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60년간 한국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살아온 프랑스 출신 노애미 테라스(90) 수녀가 치료미술협회에서 배워 직접 그린 작품들이다. 한국전쟁 후 고아와 한센병환자가 많았던 한국에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면서 바라본 풍경과 사랑을 크레파스로 정감 있게 표현했다.
프랑스 동부 샴페인의 도시로 유명한 상파뉴가 고향인 노애미 수녀는 종신서원을 한 이듬해인 1957년 3월29일 부산에 첫발을 디딘 뒤 부산지역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으로 대구의 안경공장과 양말공장에 다니며 가난한 노동자를 보살폈다. 전국을 돌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와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하다가 심장병 치료를 위해 2008년부터 수원에 있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머물고 있다.
요양 중 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6년간 그림을 배운 노애미 수녀는 2014년 12월 수원의 3세대 문화사랑회 스트리트갤러리와 남문 로데오거리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전시했고, 이번 치료미술협회의 헌정전시회에 두 번째로 그림을 내놨다.
애초 수원시가 시청 로비에서 헌정전시회를 마련하고, 노애미 수녀를 위해 그의 그림을 책자까지 만들 계획이었으나 수녀회 측에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완곡히 거절해 치료미술협회 주관으로 전시회를 열게 됐다.
노애미 수녀는 지난 29일 개막행사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참석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노애미 수녀는 “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무엇인가 나누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속 모습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모여서 나누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노애미 수녀 헌정전시회는 4월30일까지 이어진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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