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데이터 쌓일수록 진화
오전 8시,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을 나서던 A씨는 아내에게 퇴근 길에 식빵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곧장 주머니 속 갤럭시S8을 꺼내 말한다. “빅스비, 퇴근할 때 빵 사라고 알려줘.” 정신 없이 일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회사에서 나와 차를 타로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빅스비가 말을 건넨다. “근처에 빵집이 있습니다. 식빵을 사세요.” 빅스비의 친절한 알람 덕에 A씨는 오늘도 아내의 핀잔을 면하게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8ㆍS8플러스에 첫 도입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가 가져다 줄 일상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S8 공개 현장에서 빅스비를 직접 써본 결과 머지 않아 이런 모습이 흔해지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빅스비의 강점은 터치ㆍ음성ㆍ카메라 촬영 등 여러 입력 수단을 혼합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스비, 어제 찍은 사진 보여줘”라고 주문하면 곧바로 사진들을 나열해 보여주는데, 여기서 원하는 사진들만 손가락으로 고른 뒤 다시 “빅스비, 뉴욕 폴더 만들어서 넣어줘”라고 명령하면 ‘뉴욕’ 폴더를 생성해 선택한 사진만 모아준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빅스비, 지금 보고 있는 화면 캡처해서 김한국에게 보내줘”라고 말했더니 ‘화면 캡처→메시지 응용 소프트웨어(앱) 열기→연락처에서 김한국 검색해 수신자로 추가’ 순으로 명령을 척척 이행했다. 이 과정을 모두 수행하는 데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혹시 이용자가 예상치 않은 전송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전송’ 단추는 이용자가 직접 누르도록 했다.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도 신통방통하다. 갤럭시S8에서 카메라를 켜고 아래 쪽 ‘빅스비 비전’ 아이콘을 누른 뒤 콜라(COLA)병을 촬영해 봤다. 그러면 ‘텍스트’ ‘이미지’ ‘쇼핑’ 세가지 단추가 나오는데, 이 가운데 텍스트를 선택할 경우 사진 속에서 ‘COLA’라는 글자만 추출해 주고 이미지를 누르면 방금 찍은 콜라와 비슷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준다. 쇼핑은 방금 찍은 콜라를 살 수 있는 쇼핑몰로 연결해 주는 기능이다.
다만 빅스비는 이용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교해지는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보여줄 전망이다. 갤럭시S8 개발을 진두지휘한 고동진 사장은 “응용 소프트웨어(앱) 연동, 사투리 인식 등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 보완 중”이라며 “음성인식 지원 시기는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한국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출시와 동시에 (음성인식 지원을) 도전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욕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판 빅스비의 목소리는 가수 호란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선보인 기술은 처음엔 신기하고 어색하다가도 금세 소비자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2015년 8월 첫 출시된 삼성페이는 최근 전 세계 누적 결재 건수가 2억4,000만건을 넘어섰다. 3월 초 삼성페이 앱 안에서 여러 쇼핑몰의 제품을 한 번에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기능이 새로 추가되는 등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사장은 “빅스비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삼성페이가 그랬듯이 빅스비도 점차 꿈꿔왔던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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