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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운행에 100명도 안 타”…의정부경전철, 파산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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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운행에 100명도 안 타”…의정부경전철, 파산철 위기

입력
2017.03.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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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수요 예측 탓 적자 쌓여

개통 4년 6개월 만에 파산 신청

의정부시-운영사 파산선고 앞두고도

사사건건 책임 공방 대립

“실패 대가 시민이 떠안아” 지적

파산 여부 결정할 법원 선고 앞둔 의정부경전철. 평일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파산 여부 결정할 법원 선고 앞둔 의정부경전철. 평일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의정부경전철의 민자사업자가 2,200억원의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개통 4년 6개월만이다. 시민들은 “올 것이 왔다”며 실망스러워했다.

파산의 기로에 선 의정부경전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감정은 복잡했다. 시민의 발이 묶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부터 사태해결을 위한 막대한 혈세투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29일 오전 9시20분. 의정부경전철 탑석역 안은 썰렁했다. 역사 안 커피매장은 1년째 임대인을 찾지 못해 텅 비어있었다. 오전 출근시간을 조금 지난 이 시간 탑석역에서 열차에 오른 사람 승객은 기자를 포함, 8명이 전부였다. 한참을 달려 시청과 의정부역 등 20분 동안 15개 역을 지나쳤지만 각 역마다 적게는 1명, 많게는 10명 등 60여명 탑승한 게 고작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이마저 승객이 3분의 1로 줄었다. 1회 운행에 100여명이 채 타지 않은 셈이다. 경전철(정원236명) 1회 운행에 예측수요(손익분기점)인 200명은커녕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오전 10시가 넘어 다시 탄 경전철 상황은 더 나빴다. 30~40대의 모습은 확연히 줄고 대신 나이 지긋한 노인 20여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인은 경전철 무임승차대상이다.

경전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파산신청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교회 시니어 모임을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탔다는 이모(72ㆍ여)씨는 “노인들은 경전철을 공짜로 탈수 있어 좋지만, 미안한 생각도 든다”며 “노인들도 단돈 500원이라도 내고 타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구모(70)씨는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결국 우리 자식들의 짐이 늘지 않을까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김모(32ㆍ여)씨는 “경전철은 역마다 주요 관공서나 문화편의시설이 많아 출퇴근은 물론 휴일에도 자주 이용한다”며 “운행 중단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전철 안팎에서 만난 시민들은 경전철 사태 해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시민의 발이 묶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부경전철 평일의 경전철 이용객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의정부경전철 평일의 경전철 이용객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신개념 교통수단, 애물단지로 전락

의정부경전철은 무인 전동차가 지상 20m의 선로 위 15개역(11㎞)을 하루 6∼10분(출퇴근 3분30초) 간격으로 440회 달린다. 소음과 진동이 적어 승차감이 좋고 밖의 풍경도 볼 수 있다. 요금도 일반 기준 1,350원(교통카드이용시)으로 일반버스와 같고 환승 할인도 가능하다.

신개념의 교통수단이 파산철로 내몰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예측수요를 실제 이용수요보다 부풀려 산정한 것을 들 수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건설비가 지하철에 비해 40% 밖에 들지 않는 점이 강조되면서 1998년 11월 건설교통부의 도시철도기본계획으로 확정됐다. 2004년엔 LG건설(현 GS건설)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6,70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착공 8년만인 2012년 7월 개통했다.

그러나 빗나간 수요예측은 운영기간 내내 경영을 옭아맸다. 2006년 ‘의정부경전철민자사업 실시협약’ 당시 하루 평균 7만9,000명이 이용할 것이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막상 개통하고 보니 하루 1만여명에 불과했다. 운행 5년차인 작년에는 수요예측치(11만8,000명)의 30%, 올해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시 인구수와 지하철과 버스 이용객들이 교통수단을 바꾸는 경전철 수단분담률을 과다 상정한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의정부시 인구(43만명)의 4분의 1 가량(12만명)이 매일 경전철을 이용할 것이란 뻥튀기 예측수요가 나온 결과다.

서울 강남방면으로 가기 편한 지하철 7호선 장암역 등을 환승역으로 확보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서울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회룡역이 유일한 환승역이다.

결국 연간 40억원 이상을 경전철 경로무임 손실금 등에 쏟아 붓는 의정부시는 법원 판결에 따라 2,000억원이 넘는 계약해지 시 지급금까지 혈세로 물어줘야 할 판이다. 다른 사회간접시설 등 공익사업에 투자돼야 할 예산을 경전철에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선로를 달리고 있는 의정부경전철. 배우한기자
선로를 달리고 있는 의정부경전철. 배우한기자

공허한 네 탓 공방

의정부경전철 파산 여부를 결정짓는 법원 선고를 앞두고 시와 운영사 측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파산의 책임 공방부터 계약해지 시 지급금 적정성 여부 등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경전철 측은 2015년 운영적자가 2,000억원에 이르자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해 시에 요청했다. 사업 포기 때 받게 될 환급금 2,500억원의 90%를 20년간 나눠 매년 150억원 가량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의정부시는 제안을 거부했다. 수용할 경우 수도권 환승할인과 경로 무임승차 시행에 따른 연간 손실금 45억원까지 더해 매년 200억원 가량을 경전철 측에 줘야 한다. 시는 다만 매년 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역 제안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경전철 운영회사인 의정부경전철㈜는 “향후 25년 간 4,000억원의 추가 손실을 감수하고도 공익을 위해 운영을 계속 하려 했으나, 의정부시가 최소한의 사업재구조화 요청을 거부해 파산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채 파산 신청을 결정했다”며 “협약이 해지돼도 파산절차를 남용해 해지 지급금을 주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선언했다.

의정부경전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은 계획수립 당시 국책연구기관의 뻥튀기 수요 예측과 자치단체의 부실 검증과 선심성 정책, 민자사업자의 무책임성 등이 파국을 초래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의환 정책국장은 “경전철 사업이 실패했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실패 대가를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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