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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 받은 10층에서 구속영장 결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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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 받은 10층에서 구속영장 결과 기다려

입력
2017.03.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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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은 뒤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기다리며 검찰청사에서 긴 밤을 보냈다. 8시간 40분이 걸린 역대 최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층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서 억울함을 적극 호소했다. 뇌물수수 등 대부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석에 앉아 4m 가량 떨어진 법대 뒤에 착석한 강 판사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 강 판사는 피의자로 호칭했다. 오전 10시30분 시작된 영장심사는 8시간40분쯤 지난 오후 7시11분에 종료됐다. 전례 없이 긴 심문과 그에 따른 두 번의 휴정(각 1시간, 15분)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방증했다.

심사가 끝나고 약 20분쯤 뒤 경호원들과 함께 청사 서관 4번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은 힘이 잔뜩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오전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억울한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하나’ ‘국민들께 송구한 점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강 판사의 결정에 따라 이달 21일 소환조사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했다. 법원에 올 때는 에쿠스 리무진 경호차량을 탔지만, 나갈 때는 K7 검찰 호송차량에 몸을 실었다. 박 전 대통령은 뒷좌석 중간, 여성 수사관 2명 사이에 앉아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질문 공세를 받았던 청사 10층 조사실 옆 휴게실로 사용된 1002호를 대기장소로 정했다.

전직 대통령 지위에다 장시간 심문에 따라 이날 법원에선 일반적인 영장심사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심사 중 법정 밖 복도에 있던 경호원이 김밥 도시락 3, 4개와 커피 6, 7잔을 사서 법정으로 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점심 때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한 명이 편의점에 다녀 오다가 신원을 확인할 비표가 없다는 이유로 잠시 저지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2시간36분 만에 오전 심사를 끝내고 법정 옆 대기실에서 유영하 채명성 변호사 등과 1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남색 복장(재킷과 바지)에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고 법원 서관 4번 출입구에 도착했다. 경호차량으로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한 지 11분 만이다. 그는 검찰 조사 때와 달리 출입구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잔뜩 굳은 표정으로 경호원들과 함께 곧장 법정으로 걸어 올라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당시에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29자, 8초의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을 떠나기 전 친박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의 위문을 받았다. 배웅하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의원 등에게 옅은 미소를 띄며 차량에 탑승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떠나는 순간 일부 지지자들이 질서 유지선을 무너뜨리면서 큰 혼란과 소란이 빚어졌다. 영장심사 출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지자 600여명 가운데 일부가 “대통령님 어찌 합니까” “영장을 기각하라”를 외치며 통곡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경호차량으로 튀어나오면서 한동안 박 전 대통령의 이동을 막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들 중 30여명은 “대통령님을 못 데려간다”며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한 여성은 고함을 지르다 기절하기도 했다. 서초동 법원 주변에선 박 전 대통령 지지ㆍ반대세력이 각각 구속과 ‘대통령복권’ 등을 주장했다. 지난번 검찰 조사 때에 이어 ‘초긴장 모드’가 하루 종일 지속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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