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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자라나는 동남아 관광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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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남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자라나는 동남아 관광도시들

입력
2017.03.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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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의 스타트업 협업 공간 ‘후붓(Hubud)’ 내부.
인도네시아 발리의 스타트업 협업 공간 ‘후붓(Hubud)’ 내부.

2015년 5월 중순 경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바로 신혼여행 후보지 1순위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스타트업(Startup) 협업 공간과 맞닥뜨렸던 순간이다. 겉보기에는 한국에도 우후죽순 생긴 적 있는 창업보육센터가 세계적 휴양지에 들어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몰려든 디지털 노마드(Nomadㆍ유목민)들과 예비 창업자들이 이들 공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난상 토론을 펼치면서 사업 모델을 키워가는 광경은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발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협업 장소인 ‘후붓(Hubud)’, ‘리빗(Livit)’ 등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투자 유치에도 나서면서 또 하나의 창업 생태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열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경험이었다.

개발도상국들이 대다수인 동남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낯설거나 가치가 낮은 뉴스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트업 열풍은 이미 동남아 대부분 지역에서 거세다. 초기 해외 유학파를 중심으로 닻을 올린 동남아 스타트업 창업붐은 젊은 세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무대에 당당히 명함을 내미는 스타트업들도 하나둘씩 출현하면서, ‘대박’을 쫓는 다국적 벤처 캐피털업체들의 현지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스타트업 엑셀레이터로도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500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500스타트업은 2015년에만 5,000만 달러(약 570억원) 규모의 ‘500 두리안(Durians) II’ 펀드를 조성하고 동남아 초기 창업기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세콰이어 캐피털 역시 인도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 투자처 물색에 여념이 없다. 이밖에도 싱가포르, 일본, 호주 및 유럽계 자본의 동남아 러시도 빨라지고 있다.

동남아 스타트업 열풍은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싱가포르의 테크 전문매체 ‘테크 인 아시아’에 따르면 동남아 스타트업들은 2015년 전년 대비 43%가량 늘어난 16억달러(약1조8,000억원)의 투자금을 이끌어 냈는데, 지난해에는 그보다 60%이상 급증한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렇듯 동남아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점점 더 치솟고 있다.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 그랩 오토바이택시 기사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 그랩 오토바이택시 기사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남아판 우버(Uber)’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과 싱가포르의 ‘그랩(Grab)’은 스타트업 붐을 이끄는 선두 주자들이다. 처음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열악한 대중교통 체계와 오토바이의 홍수 등이 가져온 만성적 차량 정체에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한다. 고젝과 그랩은 오토바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특유의 교통 문화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모바일 앱에 기반한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이들은 기존 오토바이 택시와는 달리 요금 실랑이 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글로벌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은 물론 혼다 등 전통적 자동차업체의 투자도 이끌어 내며 ‘유니콘 스타트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자결제와 배달, 카풀 등으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발리뿐만 아니라 대다수 동남아 주요 도시에 스타트업 협업 공간들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동남아의 스타트업 붐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태국의 방콕과 치앙마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필리핀의 마닐라 등에서는 제2의 구글을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연일 스타트업 관련 뉴스가 동남아 유력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일은 이제 일상이 됐을 정도다.

이렇듯 동남아 스타트업 시장이 남다른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마이카 시대를 겪기도 전에 우버와 그랩을 통한 자동차,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의 공유, 유선전화가 집에 설치되기도 전에 각자의 손에 휴대폰이 쥐어지고, 그 휴대폰으로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풍경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장면들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다른 선진국들이 거친 과정들을 생략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동남아에서 매일 12만명을 웃도는 새로운 온라인 이용자들이 탄생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유럽연합(EU)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4억8,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제 발전과 함께 중산층이 떠오르는 가운데 역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젊은 층이 인터넷 경제에 합류한다는 희소식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동남아 스타트업 열기에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낙후된 IT 인프라와 높은 금융 문맹률, 전문 개발 인력 부족 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 없었다면 모험 자본의 상징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업체들이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타트업 관련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미비하고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점도 아쉽지만, 이런 것들이 모두 정비된 뒤 뛰어들면 늦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오늘도 동남아로 달려가고 있다. 동남아 스타트업 빅뱅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해진다.

방정환ㆍ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이사ㆍ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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