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세 번째 ‘별’을 달았다.
기업은행은 30일 경기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26-24 25-20 18-25 25-18)로 꺾고 우승했다. 챔프 1차전에서 흥국생명에 패했던 기업은행은 2∼4차전을 내리 따내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년 만의 정상탈환에 성공했다. 2012~13시즌부터 5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라 이 중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배구 최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승리의 주역은 외국인 선수 메디슨 리쉘(24)과 박정아(24)였다. 리쉘은 36점을 올리며 에이스다운 실력을 뽐냈고 박정아가 16점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박정아는 3,4세트에서 고비마다 가로막기와 강타를 성공했다. 접전 끝에 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하루 간격으로 챔프전을 치르는 강행군으로 체력이 떨어진 기업은행은 이날 랠리가 길어질 때면 반드시 점수를 따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정철(57) 기업은행 감독과 박정아는 작년 ‘리우올림픽’의 눈물을 올 시즌 ‘환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둘은 리우올림픽 후 ‘국민 역적’으로 몰렸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대표팀은 8강에서 네덜란드에 발목이 잡혔는데 박정아가 계속된 리시브 범실을 범해 ‘리시브 대참사’라는 혹평을 들었다. 이 감독도 이재영(21ㆍ흥국생명)을 안 쓰고 박정아만 고집했다며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공교롭게 이날 챔프전 상대인 흥국생명 주포가 이재영이었다.
‘복덩이’ 외국인 선수 리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리쉘은 시즌 내내 공격력뿐 아니라 수비력을 갖춘 드문 외국인 선수로 이정철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1표를 쓸어 담으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그는 “많은 장애물을 넘고 우승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3-3-3의 좋은 기운을 이제 완성했다”고 기뻐했다. 정규리그와 챔프전, 코보컵 모두 3번씩 정상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하다. 경기 뒤 선수들은 이 감독을 헹가래친 뒤 코트 바닥에 눕혀놓고 주먹과 발로 가격하는 과격한(?) 세리머니로 그 간의 고생을 되갚아줬다. 이 감독은 “누가 가장 세게 때렸는지 다 확인 하겠다”고 농담하며 “우승한 날 이정도 버틸 맷집은 아직 있다”고 웃음 지었다. 박정아도 “너무 큰 결과를 얻고 시즌을 잘 마무리 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으로 올 시즌 아예 못 뛴다는 진단을 받고도 초인적인 노력으로 재활에 성공해 우승에 힘을 보탠 베테랑 세터 김사니(36)는 “작년에 돌아가신 아빠에게 힘을 달라고 했는데 그 덕인 것 같다”고 밝혔다.
화성=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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