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25% 더 짙은 미세먼지 사흘에 이틀 꼴로 마셔
3월 기준, 일 평균 농도 ‘나쁨’ 일수도 1일 → 7일
3월까지 전국적 주의보 발령일수도 47회 → 86회
세계적으로도 대기오염국 낙인
3월 들어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작년에 비해 25%나 더 짙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민들은 이달 들어 작년보다 25% 더 짙은 미세먼지를 들이마셨다는 얘기다. 특히 하루 내내 ‘나쁨’ 상태가 전혀 없어 종일 비교적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은 고작 사흘에 하루 꼴(11일)에 불과했다.
30일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가장 극성을 부린다는 3월의 미세먼지 농도는 해마다 짙어지는 추세다. 이달 들어 29일까지 서울의 일 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40㎍/㎥으로 2015년(30㎍/㎥)에 비해 33%, 지난해(32㎍/㎥)에 비해서도 25%나 높아졌다. 3월 한 달 내내 정부가 야외활동을 제한하는 ‘나쁨’(51㎍/㎥ 이상) 수준에 거의 육박하는 농도가 죽 이어진 것이다. ‘초미세먼지’라고도 불리는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ㆍ1㎛=1,000분의 1) 이하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또 다른 미세먼지 유형인 PM10보다 입자가 작아 호흡기와 혈관 속을 침투해 뇌졸중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PM2.5의 하루 평균치가 ‘나쁨’ 수준 이상을 기록해 잠시도 야외활동을 할 수 없었던 날도 올해 3월에는 벌써 7일이나 된다. 3월 기준, 2015년에 이틀에 불과했고 작년에는 하루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입자가 더 굵은 PM10의 경우에도 하루 평균치가 ‘나쁨’ 상태를 보인 날이 5일이나 됐고, 일 평균 농도 역시 60㎍/㎥로 여전히 심각했다.
지난해 서울시내 미세먼지(PM2.5) 농도가 가장 높았던 자치구로 꼽힌 종로구를 기준으로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PM2.5 기준으로 ‘나쁨’ 이상을 보였던 날로 따지면 이달 30일 중 무려 19일에 달한다. 특히 이중 15일은 PM10 역시 동시에 ‘나쁨’을 기록했다. 시민들은 이틀에 한번 꼴로 더 짙어진 두 종류의 미세먼지 공세에 시달린 셈이다. 과도한 나쁨 상태가 지속돼 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도 올해는 1~3월 전국적으로 86회로 작년(47회)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연일 미세먼지가 전국의 하늘을 뒤덮자 시민들의 불편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호흡량이 성인에 비해 최대 3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부모들은 매일같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임율희(40)씨는 “한창 뛰어 놀 여섯 살 아들을 며칠 동안 집에만 있게 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김종인(44)씨도 “아이들한테 방과 후 바로 집으로 오라고 신신당부 중”이라며 “마스크 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 수 약 4만여명의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는 내달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중국에 버금가는 대기오염국으로 낙인이 찍혀가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한국이 기록적인 대기오염 수준을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국가들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서울이 중국 베이징과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염된 도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 분석과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당국 차원의 연구가 시작된 지 불과 3, 4년 밖에 안돼 과학적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확한 요인 및 성분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당사자인 한ㆍ중 간 연구결과 공유 등 허심탄회한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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