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김미나(가명ㆍ40)씨는 최근 외국어 과외 전선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둘째 아이를 생각하면 현재 3명으로 시작한 과외를 5명 이상으로 늘려야 처지다. 그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아이들의 교육비까지 충당하려면 부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과외 받을 학생도 더 알아봐야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 경쟁이 치열하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생활고에 내몰린 중년 여성과 고용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직장인들까지 부업 찾기에 뛰어들면서다.
30일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업체인 알바몬에 따르면 2014년 605만8,797건이었던 아르바이트 구직 건수는 2015년 859만4,047건에 이어 지난해엔 1,226만700건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40%대 증가율의 가파른 상승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 건수는 1,500만건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과거 학생들이 주로 용돈 마련을 위해 찾았던 아르바이트와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의 계층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바몬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일자리 찾기에 실패한 취업준비생에서부터 남편의 외벌이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려워진 40대 중년 여성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자리가 불안한 직장인들도 아르바이트를 찾으면서 전체 아르바이트 구직 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최근 부업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와 산업구조변화, 고령화 현상 등이 겹치면서 여러 개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 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에서 최근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직장인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직장인은 응답자의 19.9%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2명은 부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인천 부평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재직중인 최민철(가명ㆍ25)씨는 “한 곳에서만 일을 해서는 생활이 충당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40군데 가까운 곳의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3~4군데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모두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도 단순하게 짧은 기간의 돈벌이 통로로 활용하기 보단,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히 수입을 늘리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오래 가지 못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적성이나 향후 진로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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