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서향희씨와 함께
朴 배웅 위해 자택 방문
“가족으로서 가슴 아프다…
최순실 농단 알 수 없었을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기 직전 배웅을 위해 삼성동 자택으로 찾아온 박 회장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고 엄명을 내린 탓에 4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남매는 눈물로 재회를 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떠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35분쯤 부인 서향희(43) 변호사와 함께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함께였다. 자택 안에는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다수 도착해 있었지만 의원들은 마당에 머물렀고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집 안에는 박 회장 부부만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내외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약 15분 가량 따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현 의원은 “자택에서 15분 정도 따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나오는 박 회장 부부의 눈가가 모두 젖어있었다”며 “곧이어 뒤따라 내려온 대통령도 눈시울이 붉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의원들에게 “가족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형제들이 누님 임기 동안 폐를 안 끼치려고 청와대도 한번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회장은 “옛날부터 거리가 멀고 어려운 누님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최순실이 그렇게 (국정농단을) 한 걸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의 아들 세현(12)군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때는 신상명세서에 '보물 1호'로 세현군을 꼽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11월에는 세현군이 대통령 경호실 경호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고, 조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관심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하지만 4년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평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동생 근령(63)씨 내외는 물론 박 회장과도 일절 왕래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 친인척 비리가 계속된 가운데 2012년 대선 때 박 회장 부인 서향희 씨를 두고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를 통하면 이뤄진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야당이 이를 집중 공세한 것 등이 계기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차 대국민담화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지면서 박 회장은 물론 가족들을 더욱 멀리했다. 2014년 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에서는 "역대 정권의 친인척 관리를 보고, 지만 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2015년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문건 파동과 관련해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 부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선 뒤 약 10분 후 집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이어 곧바로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발길을 돌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에 참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둘째 동생인 근령(63)씨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49) 공화당 총재가 자택 근처를 배회했으나 집안에 들어가진 못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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