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호 남성보건교사 김찬현씨
경복고 첫 출근날 학생들 ‘깜짝’
“남학생 교육ㆍ진료에 이해력 높아
마음까지 보듬는 교사 되고 싶어”

학교에서 학생들을 진료하는 보건교사를 상상한다면 ‘여성’ 교사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편견을 깨겠다는 포부로 서울 지역 ‘1호’ 남성 보건교사가 된 이가 있다. 이달 초 서울 경복고에 임용된 김찬현(29) 교사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서는 최근까지 7명의 남성 보건교사가 배출됐지만, 서울에선 김 교사가 처음이다. 김 교사는 경기 여주대 간호학과를 차석 졸업한 후 3년 간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 지난해 8대 1의 경쟁을 뚫고 꿈을 이뤘다.
한국 교육 현장에서 남성 보건교사는 익숙지 않은 존재다. 이달 초 김 교사를 맞이한 경복고 구성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김 교사는 “첫 발령을 받은 2일 학생 1명이 찾아왔는데 흠칫 놀라면서 ‘여기 보건실 맞느냐’고 물었다”며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남성 보건교사로서 어려움이 많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털어놨다.
김 교사는 그러나 우려의 시선은 기우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남성 보건교사로서 되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간호대 재학 시절부터 보건교사가 된 지금도 남성이라는 점은 내가 극복해야 할 중요 과업”이라며 “특히 경복고는 남자 고등학교라 보건교육이나 진료 때 학생의 심리나 신체에 대한 이해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호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편견을 불식시킬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내기로서 김 교사의 목표는 학생들의 외상이나 질환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도 치유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학창시절 학교 실습 때 매일 보건실에 찾아와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관심을 갖고 상담을 하다 보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교육자인 동시에 의료인으로서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정성스레 보듬을 수 있는 참된 교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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