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은 태극기를 손에 든 지지자들로 아비규환이었다. 자택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질서 유지선은 수시로 붕괴됐다.
30일 오전 10시 9분쯤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남색 자켓과 바지 차림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자택 앞에는 박 전 대통령을 맞기 위해 조원진 의원 등 친박의원들이 서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미소를 띈 채 최경환ㆍ조원진 의원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준비된 에쿠스 리무진 차량에 몸을 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밤을 새우거나 아침 일찍부터 자택을 찾은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자 급격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어떻게 합니까” “나라가 망할 겁니다” “다시 꼭 돌아와 주세요” “영장 기각” 등 비명을 지르면서 통곡했다. 이 중 한 여성 지지자는 소리를 지르며 울다 쇼크로 기절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로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찰과 경찰이 미리 설치해둔 철제 울타리를 강제로 끌어내려는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떠나자 친박계 의원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걸어서 자택 앞을 떠났다. 박대출 의원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부인 서향희씨와 자택을 나선 동생 박지만씨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신의 차량을 타고 떠났다. 박씨는 이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안장된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지만씨에게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우리 대통령님 가족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치며 옷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박지만씨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신의 차량을 타고 떠났다.
가장 늦게 자택에서 나온 조원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간 방향을 뒤따르며 우는 지지자들을 한 명씩 안아주거나 악수하는 등 위로했다.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마음이 아프다. 마음 아프지만 곧 풀려나시겠죠"라고 말했다. 이 날 오전 9시 33분쯤부터는 박지만 부부를 시작으로 조원진 이우현 최경환 김태흠 이완영 의원이 차례로 자택을 찾았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자택 앞에서 떠나지 않고 “영장기각” “법원가자” 등 구호를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선정릉역과 교보타워사거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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