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한 단어예요. 밀어두었다가도 다시 닦아 뛰는 심장으로 사용하는 말이에요. 새벽 4시 불 꺼진 사람의 집들 곁에 물끄러미 켜진 빛이에요.
점점 더 모르겠는 말이어서 조그맣게 따라 읽어보았어요.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사랑은 도처에 있으므로, 사랑이 없다면 세상이 아니라는 뜻도 되겠지요. 사랑이라 알고 있는 것을 다 잃어버리면 사랑을 아는 우리도 다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사랑은 스스로 끌고 가는 시간이므로, 자기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지요. 그러나 자주 사랑은 그릇 밖으로 넘치지요. 넘칠 때 사랑을 담은 이는 사랑에 묻힌 채 빛나지요.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고향집을 떠난 적 없이 시를 썼지요. 생전에는 7편을 발표했을 뿐, 그녀가 쓴 1700여 편의 시는 사후에 봉인이 풀렸지요. 제목 없이 써진 시들에는 첫 구절이 제목으로 붙여졌지요. 흰 옷만 입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청교도적이었던 디킨슨은 사랑을 발견했지요. 거듭되는 이별과 죽음의 슬픔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크나큰 고통이 지난 뒤”, 사랑에 이르지요.
사랑은 너머의 시간이에요. 지금은 다시 봄이고, 3년의 기다림이 지난 뒤, 빛이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는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해 미안한 시간이었고, 그러나 또 우리는 자기 그릇만큼은 비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사력을 다해 자기의 전부를 피우는 꽃 한 송이처럼, 그렇게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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