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같지 않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갤럭시S8’을 딱 받아 보고 든 생각이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해 나온 갤럭시S7 시리즈까지 계속 비슷한 외관을 유지해 왔다. 디스플레이 위쪽에 카메라가 달리고, 아래엔 네모난 홈버튼이 들어간 그 디자인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날 뉴욕 현지에서 갤럭시S8ㆍS8플러스를 사용해 보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마트폰”이라던 삼성전자의 자신감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선 갤럭시S8의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다소 복잡한 느낌이었는데, 갤럭시S8을 보고는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리적 홈버튼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주변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디자인은 마치 화면 몰입을 방해하던 장애물이 제거된 것과 같은 느낌을 줬다. 특히 동영상을 볼 때 몰입감이 높았다.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느낌(그립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디스플레이가 양쪽 모서리로 둥글게 휘어진 ‘엣지’ 화면을 채택한 전작 갤럭시S7엣지의 경우 뒷판은 평평한 탓에 손으로 잡았을 때 ‘모서리가 걸린다’는 느낌을 줬었다. 하지만 갤럭시S8은 같은 엣지 화면인데도 뒤쪽까지 둥글게 처리해 여성 손으로 쥐었을 때도 둔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부드럽고 편안했다.
화면이 보다 길어진 덕에 위 아래 둘로 나눠 위쪽에선 동영상을 재생하고, 아래쪽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령 위쪽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아래쪽에서는 문자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경우, 기존에는 자판을 실행하면 동영상이 가려졌지만 갤럭시S8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원하는 창을 화면 상단에 고정시켜 놓을 수 있는 ‘스냅 윈도우’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갤럭시S8 시리즈에 첫 도입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는 아직 초기단계임에도 몇 가지 기능만으로 그 장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갤럭시S8을 향해 “빅스비, 어제 찍은 사진들 보여줘”라고 주문하자 단 몇 초 만에 어제 찍은 사진만 쭉 나열됐다. 여기서 다시 “뉴욕 폴더 만들어서 넣어줘”라고 명령하니 바로 ‘뉴욕’ 폴더를 생성해 방금 본 사진들을 몽땅 넣어줬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 캡쳐해서 홍길동에게 보내줘”라고 한 번에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려도 척척 알아듣고 수행했다.
왼쪽 아래에 달려 있는 빅스비 전용 단추는 외부에서 “빅스비”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아닐 때 유용할 것 같았다. 단추를 꾹 누르면 ‘듣는 중’이라는 말이 화면에 뜨고, 누른 상태에서 주문한 다음 손가락을 떼면 빅스비가 바로 명령을 이행한다.
기능 면에서 눈에 띄는 건 화면 잠금 해제에 도입한 얼굴인식이다. 얼굴인식은 홍채인식, 지문인식보다 보안성은 떨어지지만 인식이 빠르고 편하다. 갤럭시S8이 얼굴을 인식하고 화면 잠금을 푸는 데까지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새’로 느껴질 정도였다. 전면 카메라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쳐야 하는 홍채인식과 달리 얼굴인식은 얼굴을 슬쩍 비추기만 해도 잠금을 풀어줘 편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잠금 해제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능을 넣은 건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제품 디자인에 맞춰 사용자환경(UX)까지 보다 간결하게 바뀌어 일체감이 높아진 듯했다. 기존에는 홈 화면에서 따로 ‘앱스’라는 폴더를 눌러야 전체 앱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갤럭시S8은 홈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위로 슬쩍 밀기만 해도 앱스 화면이 나와 앱 관리 등이 편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대표 색상으로 이번에 처음 도입한 ‘오키드 그레이’를 밀고 있다. 각도와 빛에 따라 회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보라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 색상은 남녀 모두 취향을 타지 않고 선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정색 제품의 경우 앞면과 뒷면의 색상이 똑같다 보니 안정감이 있었다.
이 밖에 방수방진, 외장메모리, 고속충전 등 전작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뉴욕=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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