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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느라….작년 가계 여윳돈 25%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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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느라….작년 가계 여윳돈 25% 증발

입력
2017.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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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자금, 전년보다 23조 줄어든

70조5000억원… 6년 만에 감소세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조 증가

정부 잉여자금은 법인ㆍ소득세 등

세수 늘며 34조원… 9년 만에 최대

잉여자금.
잉여자금.

가계의 여윳돈이 1년 만에 4분의1이나 사라졌다. 새 집을 사는 데에 그 동안 모아 둔 돈을 다 쓴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가계의 살림은 쪼들리고 있는 반면 정부는 잉여자금이 넘쳤다. 세수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의 ‘2016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잉여자금) 규모는 전년보다 23조7,000억원(25.1%)이나 줄어든 70조5,1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69조5,250억원) 이후 최저치다. 잉여자금은 예금이나 보험, 주식 등 금융거래를 통해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이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0년 이후 6년만이다. 가계 잉여자금은 2013년 87조3,000억원, 2014년 91조7,000억원, 2015년 94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가계의 여윳돈이 줄어든 것은 주택 마련을 위한 자금 사용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예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한 금액(주거용 건물 투자액)은 9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17조1,000억원)나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행+비은행) 잔액도 56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조1,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가계의 순저축 규모는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전년 증가폭(21조4,000억원)의 10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집을 새로 사느라고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조달한 가계가 많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의 운용자금(예금 등으로 굴린 돈)은 21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5,000억원이 줄었지만, 조달자금(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143조원으로 14조3,000억원 늘어났다.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금융 부채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내 공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부채를 줄이면서 2015년 -11조5,000억원이었던 기업들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지난해는 -1조원으로 급감했다. 통상 기업은 조달자금이 운용자금보다 더 크기 때문에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 마이너스로 표시돼 왔다.

반면 지난해 정부의 잉여자금은 33조9,900억원을 기록, 전년(20조1,185억원) 대비 13조8,715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2007년(43조4,528억원)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정부 세수는 법인세, 소득세 등이 고루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전년 대비)이나 증가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들은 빚이 많아 향후 집값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업들도 투자를 줄였다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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