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행사장 자원봉사
“반려견 ‘두기’ ‘탱이’ 덕에 행복
버림받은 동물 지나치기 어려워”
매주 토요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부근 공터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행사에 가면 훤칠한 키에 선글래스를 끼고 동물들을 돌보는 봉사자가 눈에 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을 비롯해 다양한 TV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류태준(47)씨다.
류 씨는 스케줄이 없는 토요일이면 가능한 유기동물 봉사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 의 입양행사에 참석한다. 때문에 봉사자들은 물론이고 개들까지 류 씨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정도다. 지난 25일 입양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3일간의 지방 촬영을 마친 직후였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개들을 안아주고, 산책시키며 시간을 보냈다. 류 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동물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동물들의 입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류 씨는 열 여섯 살 몰티즈 종 ‘두기’와 아홉 살 비숑프리제 ‘탱이’를 돌보는 반려인이기도 하다. 두기는 섬유육종 진단을 받고 1년째 투병 중이며 탱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눈에 이상이 생겨 1년 6개월간 치료 후 회복한 상황. 그는 “즐겁고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두기와 탱이와 함께한 순간들이었다”며 “두 마리 이외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동물들을 보고 지나치기 어려워 봉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해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류 씨는 “처음에는 좀 어색한 게 사실이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과 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류 씨는 행사장에 직접 나오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양 홍보도 하고, 동물들을 임시 보호하기도 한다. 그는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푸들을 경기 수원까지 가서 데려와 SNS를 통해 입양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한 달 전에는 새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임시 보호하던 비숑프리제 종 ‘테리’가 홍역 진단을 받고 1주일 만에 죽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류 씨는 “동물들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버림받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물들을 안아주고 도와주기 위해 가능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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