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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좁은 수조서 벽에 부딪히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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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좁은 수조서 벽에 부딪히기 반복”

입력
2017.03.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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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공동으로 8개 고래류 사육시설 실태 조사

관리 부실 드러나… 해수부ㆍ환경부는 발표 거부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의원과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회원 등이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내 8곳의 고래류 사육시설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의원과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회원 등이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내 8곳의 고래류 사육시설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고래류 사육시설 8곳에 살고 있는 고래의 건강과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과 동물보호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는 29일 국내 8곳의 고래류 사육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울산 돌고래 폐사사건을 계기로 이 의원과 동물단체, 환경부와 해수부는 민관조사단을 구성하고 지난 2월22일부터 3월3일까지 열흘간 해당 업체의 시설관리와 돌고래 건강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해수부가 공동조사 결과 발표를 거부해 이번 발표는 민간 측 조사단의 입장만 반영됐다.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고래류 사육시설 8곳 모두 총면적은 법적 기준을 만족했지만, 개별 수조 면적은 법적 기준 (수면적 84m², 깊이 3.5m이상 )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의 경우 10번 돌고래를 격리 중인 수조는 38m² 로 법적 기준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거제씨월드는 흰고래(벨루가)의 경우 6m 높이의 수조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이는 해외 사육기준(최소 벨루가 몸길이의 1.5배·평균 9m)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공동조사단의 주장이다. 이정미 의원실 측은 “국내에 벨루가 사육기준도 없는 데다 유럽의 기준과 비교해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제씨월드의 한 돌고래는 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고,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는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의 건강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돌고래의 건강을 관리하는 수의사가 상주하는 업체는 8곳 중 5곳이며, 3곳은 협진 형태로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의사가 상주하는 5곳도 법적으로 구비하도록 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제대로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없었다.

염도, 수온, 잔류염소농도, 대장균 등 8곳의 관리기준도 제각각 이었다. 특히 대장균의 경우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연 4회,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은 격월로 대장균을 조사했다. 해수를 사용하는 제주 마린파크와 제주 퍼시픽랜드, 거제씨월드는 아예 대장균을 측정하지 않았다. 공동조사단은 거제씨월드의 경우, 시설 관계자들을 통해 물냉각 시설이 없다고 확인했고, 수온 14도 내외에서 사는 벨루가에게 여름철이 되면 적절하지 않은 온도의 물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거제씨월드 측은 “물냉각과 온도조절이 가능한 히트펌프라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여름철 차양막과 물냉각 시설을 통해 수온을 관리하겠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돌고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업체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제멸종위기종 고래류 폐사현황의 경우 22건이지만 핫핑크돌핀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폐사한 고래류는 최소 70여마리 이상이었다. 이는 업체들이 인공증식하거나 내부거래한 것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정미 의원과 동물단체, 정부 관계자들이 제주 퍼시픽랜드를 방문해 돌고래 사육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실 제공
이정미 의원과 동물단체, 정부 관계자들이 제주 퍼시픽랜드를 방문해 돌고래 사육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실 제공

이정미 의원실 측은 “서울대공원이 1984년 돌고래 쇼를 시작한 이래 지난 33년 동안 고래류에 대한 정부의 공식통계는 전무한 상태”라며 “해수부와 환경부는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족관 관리를 방치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5월 시행예정인 동물원 및 수족관법에는 지방정부의 시·도지사만이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6월부터 해수부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할 법적권한이 없어 진다.

이정미 의원실 측은 “수족관은 수십년 간 방치되어 온 법의 사각지대였다”며 “환경부와 해수부는 업체들의 비협조 등으로 인한 이번 조사의 한계를 바탕으로 수족관 전체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의원과 동물보호단체는 폐쇄할 시설의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로 옮겨 더 나은 환경에 살도록 하는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예정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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