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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발견” 5시간35분만에 “동물뼈” 정정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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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발견” 5시간35분만에 “동물뼈” 정정 소동

입력
2017.03.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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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세월호 미수습자가족과 4대종단의 미수습자 조기수습기원제가 세월호가 인양되어 거치된 반잠수식 선박 옆에서 열리고 있던 시각, 반잠수식선박에서 선원들이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 주변을 살피고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28일 세월호 미수습자가족과 4대종단의 미수습자 조기수습기원제가 세월호가 인양되어 거치된 반잠수식 선박 옆에서 열리고 있던 시각, 반잠수식선박에서 선원들이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 주변을 살피고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세월호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5시간35분만에 이를 다시 ‘동물뼈’라고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의 뼈인지 동물의 뼈인지 기초적인 확인도 하지 않고 ‘유골 발견’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발표한 정부의 섣부른 조치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만 했다.

해양수산부는 28일 오후 9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현장 검증 결과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발견된 유골은 동물뼈 7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동물뼈는 형태상 돼지뼈로 추정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화물칸이나 식당에서 식재료로 돼지를 보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승객들이 간식용으로 준비한 ‘족발’의 뼈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해수부는 이날 오후 3시25분 “세월호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며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오후4시30분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전 11시25분 세월호 선체를 싣고 있는 반잠수식 선박(반잠수선) 갑판 위에서 유골을 발견했다”며 “수습된 유골은 모두 여섯 점으로, 크기는 4~18㎝다”고 밝혔다. 더구나 “유골 옆에선 신발 등 유류품도 수거됐다”고 덧붙여 미수습자의 유골일 것이란 기대감을 잔뜩 높였다. 이 경우 2014년 10월 마지막 유해 수습 후 2년 5개월 만에 미수습자 유골이 발견되는 것이어서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유골 발견 후 정부는 현장 출입을 통제한 뒤 국과수 관계자 등 전문 인력을 파견해 이를 감식했다. 국과수 광주연구소에서 나온 법의학과 유전자 분석 전문가 등 5명은 이날 오후 7시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선으로 이동했다. 이어 오후 9시 이 유골이 사람의 것이 아닌 동물의 뼈라고 확인했다. 미수습자 추정 유골을 발견했다는 해수부 발표는 5시간35분만에 해프닝이 됐다.

현장에서 이 뼈를 확인한 국과수 관계자는 뼈의 조직 상태 등을 보고 사람 뼈가 아닌 동물 뼈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과수 관계자와 함께 유골을 확인하러 현장에 간 미수습자 가족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가 미수습자 유골이 아닌 ‘동물뼈’라고 정정하는 사이 미수습자 가족들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눈물만 흘렸다. 이날 오후 윤학배 해수부 차관이 미수습자 유골 발견 소식을 알리기 위해 미수습자 가족을 찾은 것은 4대 종교 주관으로 선상에서 추모행사가 끝난 직후였다. 추모행사에서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오열했던 가족들은 유골 발견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가족들은 윤 차관에게 “배수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나올 것이라 미리 예측했어야 했다”며 “배수 중 미수습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작업을 천천히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미수습자 가족 관계자는 “시신의 일부가 나왔다고 하니 가족들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흥분돼 있는 상황이었다”며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날 소동은 정부가 섣부른 발표로 미수습자의 수습 소식만을 고대하던 가족들과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해로 추정되는 뼈가 수습됐다는 소식에 오열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뒤늦게 돼지뼈로 판명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신 수습에 대한 기대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당초 세월호의 유실방지망 밖 갑판에서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시신 유실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유해가 아니라는 사실은 유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시신 수습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다른 유가족도 “사람의 뼈가 200개가 넘는데 이날 발견된 7조각의 뼈가 정말 유해의 일부였다면 사실상 수습은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차근히 작업에 나서 미수습자 9명을 온전하게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체 내부의 뼈가 선체 개구부(창문 등 열린 구멍)를 통해 자연 배수 작업 중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잠수선 인근과 인양 지점 해저를 수색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줄곧 세월호 개구부 유실물 방지막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며 미수습자 및 유류품 유실을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세월호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95명이고, 아직 수습되지 못한 미수습자는 9명이다. 미수습자는 단원고 학생(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과 교사(고창석 양승진), 일반인 탑승객(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등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세월호를 반잠수선에 고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선체 왼쪽면에 구멍을 뚫어(천공) 배수 작업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일단 목포신항으로 이동을 시킨 뒤 천공작업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이 오는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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