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28일 후보지명대회를 열고 유승민 의원을 19대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뺀 원내교섭단체 정당으로서는 첫 후보 확정이다. 유 의원은 권역별 국민정책평가단 투표, 일반국민여론조사, 당원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해 62.9%를 얻어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바른정당은 당세가 약한 데다 당내 대선주자 지지율도 저조한 탓에 그 동안 경선 과정에서 일반국민의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선 토론 등에서는 다른 당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사전 원고와 시간제한 없이 스탠딩 방식으로 이뤄진 후보간 토론은 선거 토론의 새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규격화한 질문과 답변, 써준 원고 읽는 방식 등으로 학예회 토론이라는 비아냥을 산 다른 정당의 경선 토론과는 확실하게 달랐다. 유ㆍ남 두 후보가 사교육 폐지, 저출산 대책, 모병제 도입 등 중요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친 것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차별화한 경선 과정을 통해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정당으로서 발 돋음 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적어도 보수혁신을 위해 바른정당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경선 과정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던 유 후보다. 단일화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바른정당 이름으로 5ㆍ9대선에 참여할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과의 후보단일화, 국민의당과의 중도연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자유한국당 경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도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어 31일 한국당 후보 확정 후 후보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경선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자강론을 펼쳐왔지만 후보로 확정되면 반 문재인 연대에 적극 나설지도 모른다.
정당들이 정권 획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요 정책의 공통 기반 없이 정략적 후보단일화나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인에 맞서기 위해서나 승리만을 위해 무원칙한 이합집산에 매달리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새로운 보수,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이라면 무원칙한 후보단일화나 연대에 급급하기보다는 창당 정신에 충실한 길을 가는 게 옳다. 유 후보는 이날 새로운 보수를 건설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보수의 재구축을 바라는 국민들은 유 후보가 자신의 다짐에 충실한 길을 갈지 지켜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