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0)이 기나긴 재활 터널을 지나 마침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2홈런)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실투로 인한 피홈런이 아쉬웠지만 마지막 시험대에서 투구 수 77개로 5이닝을 버틴 것이 고무적이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1이닝씩을 늘렸던 류현진은 이로써 4차례 시범경기에서 14이닝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57을 찍었다. 주무기 체인지업은 2013년과 2014년 14승씩을 거뒀던 전성기만큼 날카로웠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도 합격점을 받았다. 또 선발 투수로서 최소 5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투구 수도 거뜬히 끌어올렸다.
2015년 왼 어깨 수술 이후 2년 가깝게 재활에만 몰두했던 사이 선발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졌던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꾸준한 투구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신뢰를 쌓았다. 당초 로버츠 감독은 29일 선발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보고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충분히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고, 건강한 류현진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 리치 힐에 이어 팀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남은 5선발 자리는 브랜든 맥카시와 알렉스 우드의 2파전이 됐다. 이들의 시범경기 성적은 28일 현재 맥카시가 1승2패 평균자책점 4.85, 우드는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선발 후보였던 스캇 카즈미어는 엉덩이 부상 탓에 부상자명단에 올라 시즌을 맞이한다.
시범경기 전까지만 해도 선발 경쟁에서 후 순위로 밀렸던 류현진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데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어 있었다. 독하게 재활 훈련을 한 결과 근육량이 몰라보게 늘었다. 스프링캠프 기간 현지에서 류현진을 지켜봤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연습을 엄청 했다더라”며 “근육량이 48%에서 51%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허 위원은 “어깨가 문제인데 건강만 괜찮다면 굉장한 성적을 올릴 것”이라며 “올스타 휴식기를 마치면 적어도 3선발 또는 2선발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 각오도 남다르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실제 류현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처음 캠프를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건강하다”면서 “5일 간격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다음달 2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한다.
만약 류현진이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면 7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샌디에이고전에 출격하고, 5선발로 밀리면 8일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에서 콜로라도와 원정 경기에 나선다.
한편 마이너리그 강등의 설움을 견딘 박병호(31ㆍ미네소타)는 빅리그 재입성 가능성을 한껏 키웠다. MLB닷컴은 28일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개막전 지명타자 출전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병호는 이날 피츠버그와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치는 등 타율 0.356(45타수 16안타)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40타수 이상 소화한 미네소타 타자 중 맷 헤이그(0.375)에 이은 타율 2위다. 홈런(4개)은 팀 내 1위, 타점(9개)은 2위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황재균(30)은 신시내티전에 4회초 3루수 대수비로 출전해 시범경기 5호 아치를 그렸다.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한 그는 3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에 출전 중인 황재균은 타율 0.349(43타수 15안타) 5홈런 15타점 6득점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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