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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쫓아가 부수고 때리고…겁없는 10대들 막장 보복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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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쫓아가 부수고 때리고…겁없는 10대들 막장 보복운전

입력
2017.03.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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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2대 나눠 탄 선후배 5명

고속도로 끼어들기에 격분

과속 추격전 좌우 앞뒤 위협

차량 멈춰 세우고 파손시켜

운전자 끌어내 폭행ㆍ금품 갈취

“뺑소니 당했다”되레 허위신고

사건 5개월 만에야 진상 파악

‘31㎞에 이르는 고속도로 과속 추격전, 차량 2대로 좌우 앞뒤 포위 위협운전, 차량 때려부수기, 운전자 집단폭행, 휴대품 갈취.’

가히 ‘보복운전의 막장 드라마’라 불릴 범행을 저지른 무서운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는 게 이 모든 악행의 이유였다. 피해자뿐 아니라 당시 고속도로에 있던 모든 운전자를 공포로 몰아넣고도, 이들은 적반하장 자신들을 피해 달아나는 피해 차량을 ‘뺑소니’라고 허위 신고까지 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8일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정모(18)군 등 5명은 현재 세종에 살고 있는 죽마고우를 만나기 위해 서울 도봉구 정모씨 집 부근에 모였다. 이들은 정군과 이모(18)군이 각각 아버지에게 빌려와 운전하는 차에 나눠 탄 뒤 29일 0시쯤 출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탔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매우 들뜬 상태였다”는 게 경찰 얘기다.

이어 새벽 2시쯤 천안분기점을 지나던 정군은 자신의 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이모(20)씨 차량에 격분했다. 이씨는 태권도사범으로 친구 2명과 함께 담력테스트를 즐기기 위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정군은 다른 차를 운전하는 친구 이군에게 전화로 합의(?) 한 뒤 이씨 차를 엇갈려가면서 앞뒤로 가로막고, 좌우로 밀어붙이며 쫓아갔다. 차량 2대의 위협운전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는 이씨는 “제한속도(시속 110㎞)를 위반하면서까지 달려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 차를 놓친 정군 일행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첫 시비가 붙은 곳에서 약 20㎞ 떨어진 옥산휴게소 부근에 차를 세웠다. ‘이씨가 휴게소로 숨어들어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제 1시간 뒤인 새벽 3시, 휴게소에서 이씨 차량이 나왔고 정군 등은 다시 위협운전을 시작했다. 영화의 추격 장면처럼 도로 한쪽으로 이씨 차를 밀어붙여 결국 청주톨게이트 근처에서 멈추게 하는데 성공했다. 정군 일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차량을 발과 주먹으로 내리치는 활극도 연출했다.

공포에 휩싸인 이씨 등은 가해차량과 가드레일까지 들이받으면서 간신히 빠져 나왔다. 자신의 차가 망가지자 집념(?)의 정군 등은 “뺑소니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다시 추격에 나섰다. 이씨 차는 정군 차 등과 충돌로 인해 좌측 뒷바퀴가 망가지면서 15분도 안돼 청주 월곡사거리 부근에 멈춰 서버렸다. 이씨 친구 2명은 달아났다. 바로 뒤에서 쫓아온 정군 등은 미처 피하지 못한 이씨를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려 때렸다. 이씨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휴대폰과 지갑도 뺏겼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양측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건만 접수하고 모두 귀가 조치했다. 폐쇄회로(CC)TV 및 차량 블랙박스 분석, 당사자 진술 등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다섯 달이나 걸렸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심야 고속도로에서 피해차량에 위협을 가하고 탑승자를 폭행한 혐의(특수협박 및 특수상해)로 정군 일당을 모두 28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군 등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수사가 늦어졌다”며 “추후 보강 수사와 검찰 협의를 거쳐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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