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비스 기술 선보일 단계
자율주행차 사업화에는 선그어
“인터넷 사업이 너무 빨리 변해 3년 뒤 네이버의 모습에 대한 고민이 크다.”
최근 네이버의 새로운 수장이 된 한성숙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소공동의 한 한식집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끄는 중압감을 내비쳤다.
포털 업계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인 그는 “훌륭한 엔지니어 확보가 어려운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응하기에는 자본도 부족한 게 현실적인 문제”라며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됐고 이걸 버티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들과 겨뤄야 하는 한 대표는 네이버의 앞날을 ‘기술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는 “수년 간 노력한 번역서비스 ‘파파고’와 웹 브라우저 ‘웨일’ 등 네이버의 기술을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단계에 왔다”며 “아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계획한 흐름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서울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하는 네이버의 자율주행차도 기술 플랫폼의 연장선이지만 한 대표는 “당장 어떤 걸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중요한 자동차 안에서의 기술확보를 위한 시험 단계”라며 자율주행차 사업화에는 선을 그었다.
기술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위한 조건으로 한 대표는 거듭 투명성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올해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새 의장을 맡는 파격적인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한 대표는 “사업도 잘 해야 하는데 투명 경영이란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며 “플랫폼으로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결국 투명성”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분수 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다. 사내 기부금 예산을 정비한 펀드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나 공익단체 지원 등에 활용된다.
한 대표는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회사”라며 “구성원들과 성과를 거두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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