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TED식 정견발표를 선보였다. 연단에 서서 책상을 내리치며 원고를 읽는 ‘웅변’식 연설 관행을 탈피한 시도다. 앞서 바른정당은 경선과정에서도 정책토론회에서 각본 없는 스탠딩 토론을 벌여 호평을 받았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 정견발표에서 정장 재킷을 벗고 하얀 와이셔츠에 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모두 무선 마이크를 가슴에 단 채 연단을 거닐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양 손으로는 자유롭게 손짓을 취하며 청중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과거의 웅변식 정견발표가 아닌 흡사 TED강연회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남 지사는 ‘4전 5기의 대명사’ 홍수환 권투선수 경기영상을 소개하며 “남경필이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운을 뗐다. 홍수환 선수는 1977년 파나마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타이틀전에서 파나마의 카라스키야 선수를 만나 2라운드에서 다운을 4차례 빼앗겼지만, 3라운드에서 왼손 훅 한 방으로 KO승을 거둬 ‘4전 5기 신화’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제가 본선에 올라 TV토론회에서 원고 없이 1대 1로 마주치면 국민들이 남경필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기지사로 재직하며 이루었던 성과를 나열하며 “정치가 도대체 국민들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 갖고 싸우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라며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 나오면서 성과를 거둔 일을 갖고 여러분께 약속 드렸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또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대연정론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되면 국정농단 세력과 친문패권 세력을 뺀 합리적인 보수와 합리진보까지 포용하는 대중도연정연합정권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에서 찬조연설을 허락했는데 어떤 분을 모실까 하다가 여러분들께 맡기기로 했다”며 가수 전인권의 인기곡 ‘걱정말아요 그대’를 함께 따라 불러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 의원 역시 “역전 드라마”를 강조했다. 당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연설을 시작한 유 의원은 “지지도가 안 올라가도 기죽지 말라”며 “여러분의 손을 잡고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 의원은 “사람들이 바른정당을 보고 배신정당이라 하는데, 우리가 국민을 배신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 치맛자락만 잡고 정치하겠다는 세력들이 저기 한국당에 있다”며 “저 사람들이 보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청중들은 “아니오!”라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제가 동지 여러분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해서도 비판수위를 높였다. “좌파 세력들은 적폐청산과 정권교체만 이야기하는데,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적폐를 일삼던 세력들이 지금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고 또 불법대선자금을 재벌로부터 받아서 감옥에 갔다 온 사람들이 우리 보수를 향해서 적폐청산과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보수민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한테 갔다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한테 갔다가, 심지어는 보수민심이 안 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두 안씨한테 갔다가, 홍준표한테 잠시 갔다가 이제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 치려고 기다리고 있는 저 유승민한테 오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정견발표 직후인 오후 2시 50분쯤부터 대의원 현장 투표를 시작한 뒤 오후 5시 15분쯤 국민정책평가단 투표 결과와 일반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선출된 최종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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