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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대우차 르네상스 1997년의 주인공 ‘누비라’

입력
2017.03.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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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로, `전세계를 누비는 품질좋은 차'를 지향한 차량이다. 한국지엠 제공
//그림 1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로, `전세계를 누비는 품질좋은 차'를 지향한 차량이다. 한국지엠 제공
//그림 1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로, `전세계를 누비는 품질좋은 차'를 지향한 차량이다. 한국지엠 제공
//그림 1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로, `전세계를 누비는 품질좋은 차'를 지향한 차량이다. 한국지엠 제공

대우자동차 준중형 세단 누비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97년 2월이었다. 97년은 대우차 최고의 시절이었다. 불과 석 달 전인 96년 11월에 소형차 라노스가 출시됐고, 한 달 후에는 레간자가 예고돼 있었다. 대우차의 르네상스 시기라 할만 했다. 신차 3총사를 앞세워 기세등등한 대우차는 현대차를 압박하며 내수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4개월 사이에 소형, 준중형, 중형 세단이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것은 지금까지도 자동차 산업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장면이다.

누비라의 보도발표회는 영국 워딩시에서 열렸다. 보도진을 대상으로 한 국산차 최초의 해외 보도발표회였다. 신차발표에 이어 시승회는 밀부룩에서 진행됐다. 밀부룩은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이용하는 세계적인 차량시험장이다.

누비라는 에스페로의 후속작이다. 순 우리말인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누비는, 월드카로 개발됐다.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의미를 담았다. 김우중 당시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93년 초부터 디자인개발을 시작해 개발비 3,000억 원을 투자했고 전용 공장으로 건설한 군산공장에 1조원을 들였다. 동시공학을 적용, 개발기간을 6개월 이상, 개발비도 30%이상 줄였다고 대우차는 설명했다. 본사의 개발진은 물론 협력사들까지 개발에 직접 참여해 각 부분이 동시에 개발을 진행하는 기법. 도산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가 이를 통해 소형차 ‘네온’을 개발하며 큰 성과를 거둬 도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누비라는 복고풍의 직선형 디자인에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가미한 디자인에 1.5DOHC, 1.8DOHC 2가지 엔진을 얹었다. 차체 강도를 높이기 위해 충돌테스트를 무려 175회나 진행했다. 판매가격은 1.5DOHC 모델이 819만원, 1.8DOHC는 916만원.

국내에선 97년 2월 1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정몽규 현대차 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참석해 김우중 회장과 나란히 서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대우차는 이날 누비라 300대를 동원해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이들을 집에까지 태워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역앞 대우빌딩(현 서울 스퀘어)을 활용한 광고도 화제였다. 라노스 출시 때 빌딩을 덮는 대형 현수막 광고로 큰 효과를 본 대우차는 누비라 출시에 맞춰 같은 형식의 옥외 광고를 시도했다. 불법이었지만 벌금부담이 크지 않았고 효과가 워낙 좋아 당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불법광고를 밀어붙인 것. 레간자 출시 때에는 불법 시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의 유리창 안쪽을 활용하는 광고를 시도해 화제에 올랐다.

대우차는 누비라 생산 시점에 맞춰 군산공장을 완공했다. 누비라 전용 공장으로 만들어진 군산공장은 차체용접라인 97%, 프레스 공장 100%의 자동화율을 자랑했다. 일부 공정에선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

누비라는 첫날 계약 대수 8,389대로 신기록을 세웠고, 판매 첫 달인 97년 3월 1만 1,723대를 판매하며 쏘나타와 아반떼를 누르고 월간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치열한 경쟁 뒤로는 각 사 모두 실적경쟁에 내몰려 선출고와 밀어내기가 만연하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어쨌든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며 장밋빛 전망으로 물들었던 그 시절, 저 멀리에서 IMF 사태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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